백팩을 매고 앙산을 들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여자, 점심시간을 10분 앞당겨 가려는, 여자
밑반찬을 맛있게 해치우는, 여자
더치페이가 분명한, 여자
한 번 말한 걸 반복하면 화를 내는, 여자
첫 느낌이 별로 였던
그 여자, 부부가 서로 존댓말 하며 산다는
그 여자
믿음이 의심 되면 맘을 열지 않는
그 여자, 남의 편이 되어 주고 싶다는
그 여자
잠잘 땐 부부가 손잡고 반말 한다는
그 여자, 언젠가 헤어져도 생각이 날 꺼라는
그 여자
등짐진 백팩보다 반듯한, 그 여자
사는 곳이 어딘지 모르는
그 여자,
집사람이 모르는 그 여자, 오다가다 만난
그 여자
비가 오면 생각날 것 같은
그 여자
만날수록 끌리는, 쌉쌀한 원두커피 같은,
그 여자
◇차승진(車勝鎭)= 한국문인협회 회원, 아세아 문예 신인상, 월간 모던포엠 단편소설 신인상, 낙동강문학 동인, 소설 ‘숨겨둔 이브’에게 출간
<해설> 여성의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 번 바뀐다 했던가? 남성들 사이에서는 헤아리기가 몹시 난해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것이 여성의 마음이다. 반면, 그렇게 헤아리기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작은 일에도 감동할 줄 안다는 뜻일 게다. 달콤 쌉쌀한 그 여성으로 인해 남성들은 편안히 웃는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