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번쯤 생각나도
한 번쯤 생각난 듯이
네게 문자를 쓴다
가벼운 시선으로
기름기 쫙 빼고
최대한 담백하게 날아가는
내 문자의 얼굴은 맑다
문자의 맑은 동작들은
동사 위에 얹혀
무심한 추임새로 날아가지만
한 번에
백 번도 넘는
그리운 골격을 새겨
나는, 네게 문자를 쓴다
◇모현숙= 조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14),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대구시인협회 회원, 조선문학문인회 회원, 詩공간 동인, 시집: <바람자루엔 바람이 없다>
<해설> 내가 내게 문자를 쓴다면 무슨 말들을 쓰게 될까? 상대에 대한 조심스럼도 제쳐두고, 미사려구도 제쳐두고, 존경과 배려마저도 제쳐둔다면 그처럼 제멋대로인 언어가 없을 터인데. 네게로 보내는 글이기에 “백 번도 넘는 그리운 골격을 새겨 쓴다” 라는 종연에서 시인의 그리움, 그 깊이를 보는듯하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