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청사 이전 시민참여단 참관기
대구시 청사 이전 시민참여단 참관기
  • 승인 2020.01.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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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대구시청은 나의 친정이다. 1977년 퇴직할 때 까지 13여년을 거기서 일했다. 처음 직장이었고 비전의 날개를 달아 준 곳이라 시내에 나가면 일부러 시청 앞까지 가 본다. 시청 주차장에는 그때 보건사회국 건물이 있었다. 결재를 받기위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삐꺽거리는 이층 목조건물을 오르내렸다. 대청소가 있던 어느 날 오래된 내 의자 밑바탕에서 고무락거리는 생명체를 발견했다. 털도 나지 않은 10여 마리의 갓 난 쥐였다. 그 생각이 나면 옛 직장 터를 떠올리곤 한다.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에 대구시 신청사가 들어서게 되었다. 시청사 이전을 위한 시민참여단에 전문가그룹의 일원으로 참여하였다. 4개 구·군이 벌인 유치 활동은 “시청사는 우리지역에”라는 핌피(PIMFY)현상에 가깝다. 시 청사 유치를 위한 구·군의 경쟁은 비교적 차분했다. 소규모의 집회와 자치단체의 홍보물, 내건 현수막이 대종이었다. TV를 통한 지역홍보는 색달랐다. 8개 구·군 가운데 절반만이 유치경쟁을 해서인지 이전지가 확정되기 전 까지 대구시민들의 관심은 별로였다. 2박3일간 합숙해야 하는 시민참여단은 250명으로 구성되었다. 구·군에서 만든 세밀한 자료와 해당 단체장의 브리핑을 듣고 적격지를 선정하는 작업이 부여되었다. 사회과학적 무작위로 뽑힌 멤버들은 첫눈에도 다양함을 느낄 수 있었다. 거의가 편안한 복장으로 나왔고 노인, 중년, 청년 등 평범한 남녀 시민들이 골고루 섞였다. 젊은 층의 참여율이 30%가 넘는다고 했다. 브리핑을 하는 단체장들은 적극적이었고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중·북·달서구청장은 첫머리 인사정도만 하고 주요내용의 브리핑은 관련 직원이 맡았다. 달성군은 군수가 언론인 출신답게 시종일관 달변으로 브리핑을 하는 열정을 보여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쉬는 시간에 만난 나이 든 한 아주머니는 “사람보고 정하라면 달성군으로 하겠다”는 말을 거침없이 했다. 하지만 단체장의 설명이 후보지 확정에 별로 영향을 준 것 같지는 않다. 4개 후보지를 답사하면서 현장에서 느낀 점이 크게 작용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대구시는 2019년 12월에 신청사 건립 예정지를 확정하겠다며 관련 조례제정, 공론화위원회 설치, 시민참여단 구성, 후보자 신청 접수, 시민참여단 평가 등의 일정을 마련하였다. 청사 이전지를 확정하기까지 신청사 건립공론화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컸다. 공론이란 사적인 논의가 아니라 공공에 의한 공식적인 의제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절차에 따라 250만의 시민을 대표하는 시민참여단을 만들고 후보지를 결정했지만 4개의 후보지는 각각 장·단점이 있었다. 여건이 서로 다른 후보지를 두고 5개 기본항목과 7개 세부 항목간의 중요도를 참작하여 입지선정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항목간의 가중치 배치는 철저한 과학적 기법에 기댈 수밖에 없다. 공동 토론회에서 조별로 나눈 시민참여단의 질문은 예리하고 실용적이었다. 어려운 결정을 할 때 보여 온 속 깊은 대구사람들의 성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250명의 시민참여단이 대구시민의 생각을 대표한다는 것에 우려도 있지만 참여민주주의 방법으로 최선의 대안을 찾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시민참여단은 행정 공간, 공공건물의 사회적 기능, 재정 등을 고려, 후보지 4곳을 비교하면서 입지 선정을 하려고 애쓴 것이다. 이제 공은 대구시로 넘어갔다. 4개 구·군이 시청을 이렇게 지을 수 있다는 설계계획이나 조감도까지 내 놓았지만 무용지물이다.

대구시 청사를 짓는 주체는 대구시다. 단순 개념으로 시청은 시 행정사무를 보는 건조물이다. 요즘 시민들이 시청에 가서 민원을 보는 일은 거의 없다. 누구나 대구시청이 대구의 랜드마크가 돼야 한다는 말을 쉽게 한다. 랜드마크는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구별하는 표지다. 사는 환경이 많이도 변했지만 아직도 대구하면 사과를 떠 올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세계의 유명 도시는 도시의 특징이나 이미지를 쉽고 간명하게 전달하는 슬로건이나 랜드마크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 에펠탑, 뉴욕 자유여신상 같은 것들이다. 시청사는 관청 건물만이 아닌 시민들 누구나 찾고 싶은 현대적 공유물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아빠 우리 시청에 놀러 가요” 하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다목적 시청 청사를 지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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