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기업이 국가인가?
[박명호 경영칼럼] 기업이 국가인가?
  • 승인 2020.01.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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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나라 안팎으로 대단히 어수선했던 기해년이 가고 경자년 새해를 맞았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본립도생(本立道生)으로 정하였다. 국가나 사회, 그리고 어떤 조직이든 근본이 바로서지 않으면 원칙이 무너지고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기본을 바로 세우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여러 기관에서 시무식과 신년인사회가 열리고 새로운 다짐과 덕담들이 나왔다. 지난 3일 열린 ‘2020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대구상공회의소의 이재하 회장이 “기업이 국가다”라는 건배사를 제의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회장은 “경제가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하게 개혁해주고, 기업인의 사기를 올려주어야 투자가 이뤄지고 경제가 살아나 나라가 산다.”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 참석한 경제계 인사들도 한 목소리로 새해에는 정부와 국회가 기업 활동에 규제를 철폐하고 의욕을 북돋아주기를 주문하였다고 한다.

기업이 국가인가. 국가가 과연 기업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그리고 국가는 기업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할까.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 교수는 기업생존의 절대적 요소로 혁신과 마케팅을 들고 있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품과 새로운 시장(수요)을 끊임없이 창출하고,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제대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이 바로 경쟁력의 원천이며 기업생존의 비결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부나 입법기관에서 기업을 위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 또한 자명하다. 기업들이 창의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제도적으로 적극 도우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의 정책은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일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최근 ‘타다’의 사례가 그 단적인 예이다.

국가가 재정이나 정책지원 등으로 성장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을 뒷받침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원론적으로는 정부가 민간부문에 개입하는 것은 최소화되어야한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의 기능이 자율적으로 작동되어 경쟁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보완하는데 있다. 그리고 기업의 혁신과 마케팅활동이 활발히 전개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수출의존적인 우리 경제체제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마케팅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경쟁력이 살아나고 우리 경제의 미래가 있다. 전 세계는 여전히 치열한 경제 전쟁터이다. 그런데 우리 경제계는 신산업과 경제 활력 입법과제를 조속히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는 우리의 경제상황이 매우 위중하고 심각함을 반증하고 있다.

‘기업이 국가다’라는 말은 기업이 국가경제의 원동력이며 가장 중요한 역할자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미 기원전에 플라톤은 ‘국가’에서 “이상국가에서 통치자는 무엇이 전 국민의 이익에 적합한가를 착오 없이 인식하고, 이것에 근거해 입법하고 또 그 법의 집행을 감시하여야한다”고 했다. 또 지배계급이 사리사욕에서 해방되어 공공정신에 의거해서 행동해야 정의의 원리에 기초한 이상국가가 건설된다고 역설했다. 나아가서 “통치자들이 참으로 충분히 철학하지 않는 한 불행은 그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였다. 작금의 모든 분야, 특히 국가 통치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새겨 들어야할 말이다.

오래전 한 기업경영자로부터 들은 말이 생각난다. 경영자는 교도소 담장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가고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잠시라도 방심하여 그 많은 각종 규제를 하나라도 위반하면 교도소 담장 안쪽으로 떨어지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경영자는 우리 사회의 지도자이고 그들의 역할과 행위는 많은 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불필요한 규제로 선의의 노력이 잘못되어 경영자 개인은 물론이고 경영하는 기업이 실패로 이어진다면 어느 누가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헌신하겠는가. 더구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에 필요한 무장을 규제 때문에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면 어떻게 국가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국가가 앞장서서 나라 경제를 이끌어 나갈 것이 아니라 기업이 주도할 수 있도록 정책당국이 도와주고 격려해줄 때 우리 경제에 미래가 있다.

새해에는 경영자를 잘 대접하는 문화와 여건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면 그들이 국가경쟁력을 키워줄 것이다. 기업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경제도 복지도 없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그들의 몫이고, 좋은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도 그들이 만든다. 경영자는 물론이고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들, 즉 고객, 직원, 주주 모두 다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을 사랑하는 경영자들이 많아야 한다. 국부(國富)란 훌륭한 경영자가 얼마나 있는가에 비례할 수도 있다. 부디 새해에는 경영자가 존중받는 나라가 되어서 경제는 물론 모든 분야에서 앞장서는 우리나라가 되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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