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병원장의 어이없는 의료현실 인식
서울대학교 병원장의 어이없는 의료현실 인식
  • 승인 2020.01.0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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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대구시의사회 총무이사경대연합외과 원장
이상호대구시의사회 총무이사경대연합외과 원장
서울대학교 병원장은 2019년 12월 21일 의과대학 정원확대의 필요성에 대하여 한 경제 전문지의 칼럼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현재 의료계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즉각적인 의과대학 정원의 확대를 주장하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중 하나라는 서울대학교 병원의 수장이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료제도에 대한 시각을 봤을 때 외과 전문의로서 참으로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의사 수가 부족한가에 대한 논의는 다양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고령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과 저출산 등으로 인구절벽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와 있는 데 무작정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

서울대학교 병원장으로서 고민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2016년 12월부터 시행된 전공의 특별법으로 주 120시간 이상 일하던 전공의 선생님들이 80시간만 일하도록 법으로 정해 놓았으니 의료인력 부족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진정 의료계의 후배들을 위한다면 이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서 인력 공백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터인데 전공의를 마친 전임의 들에게 그 부족분을 메우게 하다 보니 결국 이제는 전임의 지원도 줄고 전임의 과정에서 중도하차도 많아지니 젊은 교수님들의 번 아웃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소위 문재인 케어라는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의료전달 체계의 붕괴로 인한 상급 종합병원으로의 쏠림 현상 때문에 더 심화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대 병원은 2018년 인턴 수련과정에서의 필수교육 수련 미달로 110명의 전공의가 추가 수련을 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위의 사태로 봐서 서울대 병원이 얼마나 젊은 의사들의 교육과정에 관심이 부족했을지는 짐작이 간다, 젊은 전공의 선생님들에 대한 사과문 하나 없이 의대 정원을 늘리자고 주장하니 그 진심은 무엇일까? 과연 의료계의 리더로서 현실 인식이 제대로 되어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혹시 재교육 사태로 인한 복지부의 압박 때문에 억지로 쓴 칼럼이라면 차라리 나을 듯하다.

우리나라 간호사 면허를 가진 사람은 35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현재 일하고 있는 간호사는 그 절반 정도로 17만 명이 일하고 있으며 나머지 절반은 장롱면허이다. 우리나라의 간호 인력의 부족은 심각한 의료계의 문제이다. 그렇다고 간호대학 정원을 늘리자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간호사의 정원확대가 정답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간호사의 처우가 너무 열악하니 그 기회비용으로 다른 일을 하거나 차라리 일을 안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간호사가 우리나라의 경우 절반이라는 이야기다. 간호사에 대한 적절한 대우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간호학과 정원을 늘려도 일할 간호사는 없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어떤가?

외과 의사나 필수의료를 위한 의사가 부족하다고 한다.

2017년 이대 목동 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인한 교수와 전공의 구속, 2018년 횡경막 탈장 환아 사망 사건으로 응급의학과,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세 명의 전문의 금고형 선고, 2019년 사산아 산모 사망 사건으로 인한 산부인과 의사 구속 사건 등 우리나라에서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일 들이 벌어진다. 물론 의료 사고에 대한 과실의 측면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중과실이 아닌 경우는 민사상의 피해보상에 집중하고 의사의 형사적 구속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의사들에게 힘들고 가난한 외과 의사를 하라고 강요하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의사를 많이 뽑으면 된다는 논리는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다.


최근 비정규직 수를 줄이기 위해 일부 정규직 전환 후 남은 비정규직 직원들을 해고하였다는 뉴스를 보고 어이없다는 생각을 했지만, 의료계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이사장은 의료계를 향해 비급여를 기생충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외과 전공의 지원율이 저조하니 아예 외과 전공의 정원을 줄여버리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가지신 분들이라 저러한 발상이 놀랍지도 않지만 향후 대한민국의 국민이 견뎌 내어야 할 의료의 붕괴가 눈앞에 다가오는 것 같다.

필자가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의료는 문화다. 그 사회 전반에 모든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지 않으면 결코 의료제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의료에 있어서 수요와 공급의 원칙은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운전 중 벨트를 착용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차량의 안전성이 높아져 교통사고의 외상 정도와 부위가 달라지고 있으니 이에 대한 응급 외과 의사의 전문성도 달라져야 한다. 미국의 경우 외상 외과 의사들은 총상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나 우리나라 의사들은 별로 필요가 없는 이유와 비슷하다.

또, 산전 진찰의 발달로 신생아 기형질환이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시점에서 소아외과 전문의를 24시간 응급으로 상주하게 하는 것은 병원의 경영상 너무 힘들게 되었다. 고령사회로 인한 심질환 환자의 증가나 저출산으로 인한 분만 상황의 변화도 고려되어야 한다. 젊은 의사들이 흉부외과나 외과, 산부인과 등 힘든 과를 왜 지원하지 않는지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다. 필자가 외과를 수련할 때 가지던 자긍심을 우리 사회가 무너뜨리고 있는 건 아닌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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