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 승인 2020.01.0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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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화 변호사·전 대구고등법원 판사
TV조선 2020년 1월 5일자 뉴스 앵커가 지적하는 대로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흑심을 채우려는 모습을 역사적으로 많이 보아 왔습니다. 작년 말에 국회에서 워낙 정신없이 처리되다 보니 무슨 법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벙벙합니다. 대표적으로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개혁 입법의 이름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선거법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뜻은 말 그대로 “지지 정도에 따라 국회의원 수를 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선거에서 A 후보가 100표를 얻고 B 후보가 99표를 얻었을 때 무조건 1위만 국회의원이 되는데, 이때 99명의 유권자의 의견은 완전히 묻히게 됩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선거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확한 계산법은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대략 유권자의 표심을 좀 더 정확하게 반영하여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소선거구제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서 승자독식 문제점을 어느 정도 완화하여 소수정당도 원내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우리나라 정치는 지역주의와 진영대결이 너무 첨예하다보니 정책 선거는 애시당초 불가능하고 지역에 따라 특정정당이 독식하는 양상이 펼쳐지곤 합니다. 서울·경기도 각 지역별로 선호 정당이 구분되어서 사실상 작은 지역주의가 펼쳐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그렇다보니 정책을 지향하는 소수정당은 발붙이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을 어느 정도 탈피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부분을 어느 정도 강화할 필요성은 있습니다. 지금의 소수정당은 사실상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의 역할 밖에 못하는 현실입니다만 향후에는 선명한 정책을 표방하여 대한민국 정치를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공수처법은 20년 이상 정권이 교체될 때만다 공약으로 내세웠던 고위공직자비위조사처를 법제화했다는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자유한국당도 박근혜 정부 출범하면서 공수처를 그 공약으로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만큼 판사, 검사 등 고위공직자들에 대하여 그동안 공정한 수사나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국민적 의심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위공직자들에 대하여 좀 더 엄격하면서 공정한 사법처리를 위해서 공수처를 설치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시기가 묘하다는 데에 우려가 많습니다. 조국 수사, 유재수 전 부산시 정무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수사 등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법이 처리된 것입니다. 공수처법이 검찰의 수사를 무력화시키고 향후 현 정권 비리 수사를 근본적으로 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수처는 시작부터 정권의 또 다른 하수인이 아니라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기관의 자의적인 법 집행을 방지하는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기관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여야 합니다. 그 시작은 정치적으로 편향됨이 없는 중립 인사의 공수처장 임명입니다. 그리고 실제 수사를 하는 검사들의 임명에도 지역적으로 편중 없는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재 야당에서는 공수처가 민변 출신 변호사들로 채워질 것이고, 그들은 현재의 청와대와 여당의 편을 철저히 들 것이고, 정권이 교체되면 또 다시 그 정권에 충성하는 충견들로 또 채워지는 악순환을 우려합니다.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검사들이 정권 교체와는 상관없는 착실한 업무 처리로 어느 정도 사법의 공정함을 유지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공수처는 그 규모가 작기 때문에 정치 외풍에 더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공수처 발족 처음부터 공정한 인사를 전통으로 삼아 정말 국민들이 바라는 법 위에 군림하는 고위 공직자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개혁’을 빙자한 또 다른 권력 비리로 남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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