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린 신년사 … 국민은 답답하다
변죽만 울린 신년사 … 국민은 답답하다
  • 승인 2020.01.0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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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전의 신년사에서 “2020년은 나와 이웃의 삶이 고르게 나아지고 경제가 힘차게 뛰며 도약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들께서 포용, 혁신, 공정에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발 그렇게만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민들의 관심은 첫째도, 둘째도 민생경제다. 지난 해 우리나라 수출이 5천424억 1천만 달러로 전년보다 10.3%나 줄었다. 2018년 사상 첫 6천억 달러 수출 시대를 연 지 1년 만에 다시 주저앉은 엄중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신년사는 분배지표와 일자리등이 뚜렷이 개선됐다는 자화자찬 일색이다.

문 대통령은 “먼저 ‘포용’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까지 미치게 하여 국민의 삶을 더 따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신규 취업자가 28만명 증가하는 등의 고용지표를 먼저 거론, “일자리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반복돼 온 경제 궤변이다. 우리경제의 중추인 40대와 제조업 고용부진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밑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올해 이 추세를 더 확산시키겠다”니 작년처럼 세금으로 포장된 알바성 관제 일자리를 양산하겠다는 말인가.

또한 문 대통령은 노동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그동안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올해 국민들의 체감도를 더욱 높이겠다”고 밝혔다. 경제계의 비명을 외면한 발언이다. 새해를 맞아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진이 내놓은 신년사는 결연하다 못해 자못 비장하다.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 중 하나가 자영업자다. 전체 취업자의 21%인 564만명이나 된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보다 2~3배 높다. 이들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등 정책 실패까지 겹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대한 언급이 없음은 심히 유감스럽다.

문 대통령이 2017년까지 한반도에 드리웠던 전쟁의 먹구름이 물러가고 평화가 성큼 다가왔다고 말한 대목에 이르면 기가 막힌다.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고 북미대화는 커녕은 갈등의 수위만 높아지고 있는 형편에 ‘평화가 성큼 다가 왔다’는 표현은 해도 너무 했다. 국민과의 소통에 힘쓰겠다는 말은 분명히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번 신년사처럼 국민에게 국정의 답답함을 풀어주기는커녕 오히려 한숨을 내쉬게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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