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공원 내 유박비료 살포
비료물질 중 피마자 주성분 리신
청산가리의 6천배 수준 독성 품어
동물 소량 섭취만으로도 ‘치명적’
달서·동구 일대 공원서 잇단 민원
위험성 알릴 안내문 등 대책 필요
대구지역 공원 등에 토양 개량제로 사용되는 유박비료로 인해 반려동물이 병원 신세를 지는 피해가 잇따랐다. 소량 섭취만으로 폐사까지 이를 수 있는 물질이지만 아직 위험성이 알려지지 않아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3일 달서구 월성동 마을마당공원에서 산책 중이던 A씨의 반려견은 화단 주변에 뿌려진 유박비료에 입을 댔다. 이를 본 A씨는 동물병원에 반려견을 데려가 구토를 유발했다. A씨가 유박비료를 알아본 덕에 화를 면했다.
A씨는 “주민과 반려견이 자주 산책을 오는 공원에 유독 물질인 유박비료를 안내문도 없이 뿌리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동구 신서동 중앙공원에서도 견주 B씨가 산책 중 핑크뮬리 식재지에 뿌려진 유박비료를 발견하고 민원을 제기했다. B씨는 동구청에 안내문 부착을 요청하고 “유박비료가 뿌려져 있으니 견주들은 당분간 가지 않는 게 좋다”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알렸다.
지자체 대부분은 겨울철부터 봄철까지 비료 살포 작업을 한다. 달서구청은 지난해 12월 말 마을마당공원 내 연산홍과 자산홍 뿌리 위에 유박비료 총 100포대(2천kg)를 뿌렸다. 유박비료는 피마자(아주까리)와 참깨, 들깨 등 작물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비료다. 화단용 화목류 영양을 보충할 때 흔히 사용된다.
친환경적이지만 피마자가 리신(Ricin)을 함유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 리신은 청산가리의 6천 배 수준의 독성 성분으로 단백질생합성을 방해하고 세포를 훼손한다. 섭취 시 단시간 안에 호흡계 이상 증상과 폐·신장·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체중 60kg 성인 기준 치사량이 18㎎에 불과할 만큼 치명적이다. 개의 치사량은 20㎎/㎏이다.
특히 동물은 기름작물 특유의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비료를 섭취하기 쉽다. 수의사들은 동물이 섭취 시 5~24시간 사이 복통과 위장염을 겪고 섭취량이 많을 경우 혼수상태로 이어질 수 있어 섭취 1시간 안에 배출시켜야 한다고 경고한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016년 동물 피해 사례가 이어지자 유박비료 포장지에 주의 문구를 넣도록 안전관리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달서구청은 이달 비료 살포 공원을 확대하면서 식목 주변에 경고문을 달 계획이다. 살포 후 비료를 흙으로 덮는 식으로 작업 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동구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필요 시 핑크뮬리 식재지 주변에 유박비료를 살포 중이라는 안내 현수막 4장을 부착할 계획이다.
정은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