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보다 ‘국민정서법’이 훨씬 무섭더라
공직선거법보다 ‘국민정서법’이 훨씬 무섭더라
  • 이대영
  • 승인 2020.01.08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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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가장 무서운 죄도
경국대전에는 없는 ‘愧心罪’
대중의 법제적 정서 어길시
공분 사서 인민재판 당할 수도
자칫하다 한번에 판세 뒤집혀
415총선-텃밭
텃밭의 이전투구. 그림 이대영

 

이대영의 신대구 택리지 - (51·끝) 선거운동(유세)이란 지뢰밭 걷기


공직선거법을 보면, 본문 279개와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법칙규정만 33개 조문이 있고, 조문마다 수십 개의 세부항목으로 100여 종의 위반처벌사항이 나열되어 있다.

공직선거법 뿐만 아니라 형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정보통신망법 등에 의해 처벌될 수도 있다. 아무리 선거법전문가라도 체크매트릭스(check-matrix)를 작성해 검토하지 않고서는 확실하게 위배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선거박사라도 선거관리위원회 담당자에게 문의, 고문변호사의 자문을 통해서 확인하며, 중앙선관위 해석 및 대법원 판례 등도 찾아 몇 번이고 확인하는 꼼꼼함이 필요하다. 이렇게 많은 처벌조항은 공명선거를 위해 필요하지만, 후보자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을 제한한다. 행동거지에 직·간접적으로 제동을 가하는 지뢰밭이 된다.

선거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현행 실정법(current acts)보다도 불문법인 국민정서법(National Sentiment Laws)이 더 무섭다고 한다. 과거 조선시대 가장 무서운 죄는 경국대전(經國大典)에도 없는 불경지죄(不敬之罪) 혹은 괴심죄(愧心罪)라고 했다.

오늘날 국민정서법은 일반적으로 국민법감정이라고 하나 때로는 뗏법(떼지어 떼쓰면 된다)으로도 통한다. 일종의 대중판단의 기준이 되는 개인의 법제적 정서다. 부정적으로 흐르면 중우정치(衆愚政治), 여론재판 혹은 인민재판(kangaroo court)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국민법감정은 오늘날에 생겨난 것이 아닌 조선왕조실록 순조33년(서기 1833) 4월10일 쌀가게의 횡포를 아뢰면서 영의정 남공철(1760~1840)이 순조에게 보고한 내용에 나온다. “참으로 이른바 나라의 백성들 모두가 죽일 놈이라고 하더라도 죽이는 게 옳은지 살펴봐야 합니다(眞所謂,國人皆曰可殺,而察之見,其可殺者也).”

오늘날 국민정서법(國民情緖法)은 실정법으로 처벌은 되지 않으나 국민들의 분노를 사서 몰매를 맞는 인민재판을 당할 수 있다. 특히 선거철에 국민정서법을 위반했다가는 지지판세가 뒤집혀 참혹한 결과를 초래한다. 조선시대부터 통상적으로 내려온 ‘돈 있으면 죄 없고, 돈 없으면 죄가 된다(有錢無罪無錢有罪)’, ‘장군의 아들 혹은 어른은 장독을 깨도 탈이 되지 않으나 아랫것들은 접시만 깨뜨려도 죽일 놈이 된다’는 반감이 팽배했다.


오늘날 통념적으로 공분을 격발시키는 정서를 정리하면: 국민정서법 제1조(척하지 마라), 덜떨어지고 모자라는 건 문제가 되지 않으나 깨끗한 척, 잘난 척하는 게 바로 죄다. 제2조(들키지 말라), 인간은 죄를 지을 수 있다. 혼자만 달싹 잡히는 것만으로 오물을 다 덮어써야 한다. 세칭 모세 11계명(10계명을 어겼더라도 들키지 마라)을 어겼기 때문이다. 제3조(거들먹거리지 마라), 돈 있고 권력 있는 게 문제는 아니다. 어깨에 힘주고 거들먹거리면 아무도 못 봐준다. 제4조(같이 맞먹지 마라), 눈치껏 신분과 타이밍을 알아라. 같이 비행기 타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알아서 손을 흔들어 줘라. 제5조 금수저질, 갑질하지 말라. 정치인의 사례는 접어두고라도, 정유라의 “부모 잘 만난 것도 실력이다.”는 말 한 마디로 2013년에 대두된 용어 갑질(甲質), 2014년 12월 항공사 부사장의 국제적인 마카다미아 사건(Macadamia return), 우리말로 ‘땅콩회항 사건’ 물의에다가. 2018년 3월 같은 항공사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으로 금수저 갑질의 막장드라마를 두 눈으로 잘 봤다.

선거기간 중에 무의식적으로 행동해서 대중의 공분을 격발시켜 ‘대천을 막은 둑이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蟻穴壞堤).’는 격언을 목격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면, 조직원 확보를 위한 작은 약속, 유권자명단 유출, 상대방 비리정보의 의도적 유출, 속칭 실탄을 지원하다가 탄로, 문중동원 약속과 거래, 대학교수의 학생동원 갑질, 교회 등의 종교단체 동원과 지원약속….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만이 아니라, 유언비어 혹은 마타도어(matador)로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 수습능력을 초과하는 산사태(land sliding)로 뜻하지 않는 불상사를 당한다.

주식투자에서 ‘몰빵 베팅’과 ‘못 먹어도 고’ 매입은 가진 돈을 가장 빨리 소진시키는 지름길이다. 선거유세에서 이슈를 이슈로 덮거나, 물 타기 혹은 물귀신작전으로 끝까지 몰고 가는 건 자살행위다. 현명하다면 손절매(損絶賣, Stop-Loss) 해야 한다. 합리적 포기(reasonable abandonment)도 할 줄 알아야 지속되는 후환을 자른다.

유치원의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라는 동요처럼 일체행동의 동결(standstill)이 있다. 2008년 MB정부 때 G20에서 추가조치동결, 조류독감(구제역 등) 창궐 때 판매이동중지조치(Standstill Measure) 및 최근 11월 22일 한일지소미아 종결효력정지 조치가 있었다. 이런 일엔 누구에게도 예외 없다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침몰하는 함선의 선장, 불타는 갑판(burning deck)에 선 함장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후보자는 늘 광산 폭파담당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10개의 다이나마이트가 연결된 도화선에 불을 댕기고 난 뒤에 미처 몰랐던 갱내광부 수십 명이 있다면. 가능한 경우의 수를 다 상정하고 대책을 마련해 놓았다면 제갈공명(諸葛孔明)의 ‘일에 임해서 변화에 따른 대응(臨事變應)’이 가능하다.

삼국지를 읽다가 제갈공명의 ‘비단 주머니의 묘한 계략(錦襄妙計)’에 감탄을 감추지 못한다. 오늘날 선거책사라면 금냥묘계정도는 가능하다. i) 유권자의 공분을 살 격발이슈를 점검해 챙겨놓고, ii) 마타도어(가짜뉴스)로 증폭될 경우에 득실관계를 치밀하게 계산하며, iii) 혹독한 독감이라면 가능한 예방주사(vaccination shot)를 맞아둔다. iv) 불타는 항공기(burning airplane) 위기상황을 가정하고, 철저한 점검과 대응매뉴얼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당선까지 안착하는 연착륙(soft landing)은 가능하다.

먼저 대중의 분노를 살 수 있는 사소한 사항으로는 i) 후보자, 배우자, 가족 및 친지의 갑질 행위, ii) 2018년 지방선거에 미투(Me-Too) 바람이 불었듯이 직장생활, 평시언행 등에 조심, iii) 2002년 이회창 후보자의 아들 병역과 같은 금수저, 특혜취업, 내로남불, 비윤리적 행위 등에 대해 후보자 자신이 신부(성직자) 앞에 고해성사를 한다고 생각하고 실패목록(failure list)을 작성해서 품안에 품고 다니며 근신해야 한다. iv) 우리 대구경북 지역사회에서 공분을 살 수 있는 사항은 TK지역 인사홀대, TK예산 패싱(skipping), 정책사업의 TK지역차별 등이 있다. 이런 사항 중에서 격발지수에 따라 사전예방 가능성과 폭발계수를 저감시킬 수 있는 사항을 뽑아서 적시(예비 후보자등록 직전 혹은 경선 직전)에 진상규명과 전문가의 의견을 달아서 언론에 흘리는 예방주사(면역접종)가 필요하다. v) 이를 통해서 입소문(유언비어) 사전차단과 마타도어(가짜뉴스)가 발생해도 압축된 밥통의 김빠진 상태가 된다. 입소문(流言蜚語)은 어떤 방송이나 신문보다도 더 빠르고 신뢰도가 높다. 1987년도 대선당시 측정결과는 대구시내 17시간, 전국 28시간이면 유언비어가 제자리(촉발지점)로 되돌아온다.

면역용 예방주사란 i) 목적은 유권자에게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진상규명, 공정선거를 위한 유언비어 사전차단, 가짜뉴스의 사전 김빼기작전(steam-subtraction operation)이다. ii) 최적시기(最適時期)는 인지도 제고기간, 예비등록 이전, 적어도 경선 이전, 물론 때론 이전투구(泥田鬪狗) 속에서 마타도어 차단이 필요할 때도 가능하다. iii) 매체는 해명범위에 따라 유권자의 접근이 넓고 쉬운 언론매체(보도자료) 혹은 개인용 SNS 등을 활용한다. iv) 방식으로는 인터뷰 기사, 화제의 주인공, 기획보도(공정선거), NPO(non-politic organization)의 검증과 후보자의 개인해명 등. 만약 면역용예방주사를 접종했다면 뒤집히지 않을 수 있었던 사건으로는: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자의 아들 병역면제 사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나경원 후보자의 연회비 1억 원짜리 마사지 클리닉 이용사건. 적어도 불발탄 혹은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났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다 된 죽에 콧물 빠진다’는 트로이 목마를 경계하라. 평시 위기관리, 후환원인제거용 출구전략 및 승자의 저주를 차단하지 않으면, 당선 후에도 당선무효사건으로 커질 수 있다. 공직선거법상 명함 돌리기와 같은 사전선거운동, 무료로 책 1권 기증한 제3자 기부행위, 선거참모들이 몰래 받은 돈 몇 푼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정당회비 대납 등으로 애써 쌓은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가 한꺼번에 무너진다. 곳곳에 있는 CCTV, 차량 블랙박스와 유권자의 휴대폰이 호시탐탐 채증을 하고 있다.

가장 서글픈 상황은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처럼 내부 측근의 변심이다. 이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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