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결혼 문화 트렌드
변화하는 결혼 문화 트렌드
  • 승인 2020.01.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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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교육학 박사·리스토리 결혼정보 대표

결혼은 사랑하는 두 남녀가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가족관계를 유지하는 사회구성원의 기본적인 체계이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관습이며 제도이다. 1인가구가 늘고 비혼이 증가하면서 결혼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왔다. 중국 ‘중매의 신’ 월하노인이 달빛 아래서 혼인장부를 보고 붉은 실로 남녀의 연을 맺어준다는 전설이 있다. 요즘은 커플 매니저라 하여 전산으로 남녀의 신상정보를 보고 서로 조건이 적합한 사람끼리 매칭을 한다. 월하노인의 붉은 실이 효력을 다했는지 이혼을 하는 부부가 2017년 통계청에 의하면 세 쌍 중에 한 쌍 꼴이라 한다.
 

심지어 졸혼이나 황혼이혼도 변화하고 있는 트랜드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 기회가 많아지면서 경제적 능력을 갖게 되고, 자아실현의 욕구와 그에 상응하는 제도적 기반이 갖추어졌다. 남편 내조와 아이들 뒷바라지에만 자신을 희생하지 않는다. 감추어진 능력을 발휘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나서고 싶어 한다. 아이들이 성장하여 제 갈길을 가고 남편이 퇴직하여 가사에서도 일정 부분 자유로워졌다. 그동안 참아왔던 가슴속의 응어리를 졸혼이나 황혼이혼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이 주도하는 삶을 살아가고저 결심한다. 상대적으로 황혼재혼도 늘어난다. 100세 시대에 안 맞는 사람과 서로 상처주면서 힘들게 사는 것보다 한 번 뿐인 인생에 새로운 동반자를 만나 남은 여생을 후회없이 사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에는 이혼사유가 배우자의 무능력이나 외도가 많았지만, 지금은 성격차이·가치관 등 내면적이고 정서적인 원인이 더 많다. ‘100세를 살아보니’ 의 저자 노철학자 김형석교수는 80에 인생을 돌아보니 재혼을 하지 않았음에 후회 했다고 한다.
 

예전에 여성의 꿈이 현모양처인 시대가 있었다. 요즘 딸 가진 엄마들은 능력 있으면 굳이 결혼하여 힘들게 사는 것보다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대놓고 말한다. 결혼 안한 과년한 딸이 있으면 집안에 흉인 것처럼 생각하는 시대도 있었지만 현대의 엄마들은 딸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대리 만족하기도 한다. 며칠 전에, 옛 친구 세 명과 한해를 보내는 것이 아쉬워 식사를 했다. 친구 둘 다 아들 딸이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한다 . 명절에 친척들이 걱정을 하면, 오히려 시어머니인 친구가 괜찮다며 친척에게 눈치를 준다하니 시대가 많이 변했다. 다들 맞벌이를 하는 자식들이라 그들의 개인적 선택을 존중하고 부모가 간섭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소설 ‘82년 김지영’ 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뭘까? 남성우월주의의 성장과정에서 보편적인 여성차별의 일상을 그린 페미니즘 소설이다. 결혼해서 육아와 살림, 시댁과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경력단절 여성의 아픔이 소설 속에 있다. 결혼으로 인한 사랑과 행복 외에 또 다른 자신의 희생이 요구되는 이 동전의 양면성을 우리는 알고 있다. 결혼을 많이 안하니 미국의 유명한 웨딩 업체가 파산했다. 그리고 아이를 낳지 않으니 시립 산부인과가 줄어들고 있다. 골드미스들과 노총각들은 아예 결혼을 포기하고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산다. 여성들의 나이가 더 많은 연상연하 커플이 늘고 있다.
 

결혼식도 간소화하고 허례허식없이 본인의 개성과 경제에 맞게 한다. 주례없는 결혼식과, 신랑신부가 하객들과 담소하며 노래와 춤으로 답례를 하는 깜찍한 결혼식까지. 예쁜 공원이나 야외 정원에서 지인들과 친척들만 초대하는 스몰웨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예전엔 현물예단을 주로 했다. 예단의 삼총사로 불리는 이불, 칠첩반상기, 은수저세트를 주로 보냈지만, 최근에는 현물예단과 현금을 적당히 조율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 양가의 경제사정과 실속적인 면을 고려하여 서로 상의하여 신혼집 마련에 투자를 하는 현명한 신랑신부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예물로 커플링이나 꼭 필요한 보석만 하고, 오히려 평생의 한번인 멋진 추억을 만들기 위해 신혼여행에 투자하기도 한다.
 
출산율의 저하와 비혼 문화 현상으로 결혼에 관심이 없는 것도 국가적·사회적으로 위기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고독사가 늘고 있다. 애완동물을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며 허전한 삶을 의지한다. 지인이 ‘둘째아들이 죽었다’ 해서 놀라 물으니 반려견이 죽었다는 얘기에 잠시 멍해졌다. 미래에는 로봇과 결혼하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른다. 변화하는 결혼문화 트랜드는 우리 모두에게 거부할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공감능력을 소유하는 고등동물이다. 혼자 가는 길 보다는 이상(理想)과 감정을 공유하며 두 사람이 함께 가는 길이 더욱 탄탄한 길이 되지 않을까.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 서로 다른 별에서 왔지만 사랑의 본질을 이해하고 다양성을 존중해가며 조금씩 맞춰갈 때, 더욱 아름답고 반짝이는 새로운 별 하나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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