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3 선거, 교육은 무엇을 준비하나
高3 선거, 교육은 무엇을 준비하나
  • 승인 2020.01.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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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4월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는 고3 학생들이 유권자로 나서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고3 학생 중 2002년 4월 16일 이전 출생자들이 그 대상이다. 10만 명이 훌쩍 넘는다.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12월 27일 국회를 통과한 결과다. 교육부에서도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기 위하여 선거교육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각종 자료나 지침을 개발하는 등 이에 대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사안과 관련하여 각계각층에서 찬성과 반대가 첨예하게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양측 의견 모두 충분히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

고3 학생의 유권자를 반기는 입장에서는 민주주의의 진일보를 말한다. 이들은 세계 200개 이상의 국가에서 18세 이하의 국민에게 선거권이 주어짐을 강조한다. 향후 우리가 맞닥뜨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야 한다는 점, 청년의 정치 참여를 앞당기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 등은 세계적인 추세이면서 지금 우리가 당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2015년 18세 선거권을 도입한 일본 역시 정치교육 가이드라인을 학교별로 보급하고, 연간 수업 시수를 의무적으로 배부하고 모의선거 실시 등 선거 유관 기관에서 실질적인 교육을 책임지는 등의 과정을 거친 점은 우리나라가 분명 참고할 만하다.

실상 만 18세의 국민 역시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구의 역사적 장면, 2·28민주화운동에서도 우리는 어린 친구들이 갖춘 성숙한 정치적 의식과 만날 수 있다. 1960년 2월 28일 당국이 야당의 선거유세장에 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일요일에 등교 조치를 한 것에 반발하여 대구시내 고등학생들은 시위에 나섰다. 경북고 교문에서 쏟아진 고등학생들은 “학원을 정치도구화하지 말라”, “학원 내에 미치는 정치세력을 배제하자” 등의 거센 구호를 외쳤다. 8백여 학생들이 대거 참여한 학생운동의 첫 출발이었다.

대구에서 쏘아올린 2·28민주화운동 이후로 서울, 부산, 마산, 수원 등 전국 곳곳에서 학생 시위가 이어졌다. ‘피의 화요일’로 일컬어지는 한국 학생의 반부정(不正)·반정부 항쟁 ‘4·19 혁명’은 학생 운동의 절정이다. 이들의 행동을 그저 어린 학생들의 것으로 여기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으리라. 그래도 우리는 현재의 고등학생들이 아직은 정치에 참여할 나이가 되지 못한다고, 더 성숙함을 배워야 한다고 말할 이유를 감히 찾아낼 수 있을까.

물론 고3 선거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이들도 나름의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학생들의 사회 진출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늦는 나이에 이루어지는 부분이 많다는 것, 이러한 상황이 학생들의 정치적인 성장을 늦출 수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다양한 나이 제한이 있는 법들과의 상충성에 대한 고려도 부족한 ‘급한 선택’이었다고 조언한다. 학생들이 아직 공직선거법을 모르기에 이들이 시작한 정치활동에서 위반의 우려가 충분히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고유의 모습을 잃어버린 학교, 정치장화될 교실을 상상하며 미래에 대한 악수(惡手)를 두기도 한다. 고3 학생들의 관문인 수능과 관련지어서 걱정 어린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 모든 사안들이 이해는 된다. 그러나 이제는 극복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선거 교육과 관련한 교사의 입장은 아직 애매하다. 실제로 교사 중 부적절한 정치적 발언으로 징계를 받은 경우가 왕왕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사실 여간 예민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교육 없이 ‘알아서’ 민주적인 선거 활동을 하라고 던져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초등학교 3학년만 되면 알게 되는 단순한 지식만 다시 전달해서도 안 된다. 누군가를 선출하는 것을 어떠한 잣대와 신념을 가지고 해야 하는지, 혹은 어떻게 그러한 잣대와 신념을 가지는지가 교육되어야 한다. 교사에게 금지된 정치적 발언이란 어디에서 어디까지일 지, 학생들과 어떤 방식으로 어느 수준까지 교육할 지, 정치적인 중립성은 교육의 어느 지점을 가리킬지 좀 더 명확하고 예민한 방침이 필요하다. 새롭게 출발하는 어린 시민들에 대한 교육지침을 교육당국에서 곧 결정하여 준다고 하니, 기다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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