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대, 노년층은 아직도 스마트폰이 무섭다
스마트시대, 노년층은 아직도 스마트폰이 무섭다
  • 김수정
  • 승인 2020.01.09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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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되는 ‘디지털 소외’
미디어 활용능력 현저히 낮아
10명 중 9명 “앱 설치 못해”
매장 키오스크 사용도 힘들어
‘디지털 교육’ 현실은
대부분 유명 강사 특강 형식
지자체 홍보도 충분치 못해
“좀더 실질적 교육 이뤄져야”
휴대폰을보는노인
지난달 21일 오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한 노인이 자신의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다. 김수정기자
 
 

 

초연결사회의 명암 - (3·끝)사각지대의 노인들

◇ 높은 한국 스마트폰 보유율, 15%의 노년층은 슬프다

일상생활에 정보 기술이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기 또는 기기 간 네트워크가 거미줄처럼 긴밀하게 연결된 ‘초연결 사회’가 도래했다. 스마트 기술의 비약적 성장으로 스마트 디바이스 확산, 트래픽과 정보의 확장 등이 일어남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상호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IT기반이 마련됐으며, 서로 단절돼 있던 정보들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미국 시장 조사 기관 퓨리서치가 재작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성인 중 스마트폰을 보유한 사람의 비율은 94%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성인을 기준으로 10명 중 9명 이상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성인 스마트폰 보유비율은 선진국에 속하는 17개국의 스마트폰 평균 보유율 72%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기기 보유 조사결과에 따르면 20~40대는 99%가량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지만, 60대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79%, 70대의 경우 35%로 연령이 높을수록 스마트폰 보유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국의 성인 스마트폰 보유율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음에도, 그 영향권 안에 60대 이상의 노인들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2018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연령별 고령 인구(65세 이상)는 739만4천 명(전체인구 중 14.8%)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유소년 인구 대비 고령 인구를 뜻하는 노령화 지수는 114.1을 기록해 전체인구를 나이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위치하는 중위연령은 43.1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대다수의 삶 속에 스마트 기기가 보급돼 네트워크상으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초연결 사회’를 살아가고 있지만, 전체인구의 15%가량을 차지하는 노년층은 디지털 격차 속에서 초연결 사회 속으로 발을 딛지 못하고 있다.

◇디바이스가 두려운 노인들

최근 디지털 격차로 인해 스마트 디바이스 앞에서 절망하는 노인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각종 점포의 무인화가 가속화되는 등 사회의 지속적인 변화 속에서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디지털 디바이스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성인을 기준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스마트폰 보유율은 적은 편이며, 65세 이상의 고령층은 타 세대보다 현저히 낮은 미디어 활용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의 노인 2천여 명 중 62.1%가 ‘문자메시지를 열람할 수 있다’고 응답했고, 애플리케이션을 설치·삭제 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7.5%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연구원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격차 완화를 위해 노년 가구의 스마트폰 보급 확대 정책 및 스마트폰 활용능력 교육 정책이 필요하다고 시사점을 밝혔다.

일부 노인들은 스마트폰을 만지기가 무섭다고 털어놨다. 스마트폰의 이점을 누리기는커녕 스마트폰을 잘 못 조작해 오히려 사진, 연락처 등의 정보가 사라질까봐 겁이 난다는 것이다. 또 혹여나 실수로 전화 요금이나 인터넷 요금이 과하게 부과되는 것을 걱정하는 노인들도 많았다.

김인호(68·달서구 신당동)씨는 “며느리가 지난달 스마트폰으로 휴대폰을 바꾸는 것이 어떻냐고 물었지만, 안 하겠다고 했다”며 “모르고 인터넷에 접속해 요금이 많이 나올까 불안한데 그럴 때마다 스마트폰은 폴더 폰처럼 바로 닫아 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문화도 ‘초연결 사회’를 향하고 있지만, 노인들의 어려움을 사긴 매한가지다. 이제는 스마트폰을 몇 번 조작하면 슈퍼에 나가서 장을 보지 않아도 집안으로 간단히 식재료가 배달되고, 정가가 비싼 상품도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SNS 회원가입, 타 사이트 할인판매 등의 방법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활용하기 힘든 노인들은 당연하게도 이러한 혜택에서 배제되어 있다.

대구 달서구 소재의 한 아동 놀이시설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이용권을 예매하면 놀이비를 일정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 중인데, 손주를 데려오시는 노인분들이 방법을 몰라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오히려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가끔 기기를 잘 다뤄 그 자리에서 어르신 대신 예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각종 사업장에서 점차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무인 정보 단말기(키오스크)도 노인들의 생활 반경에는 큰 걸림돌이다.

김진령(여·63·서구 평리동)씨는 지난달 23일 한 패스트푸드점에 음식을 주문하러 갔다가 뒤돌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매장 주문대에는 종업원 없이 무인 단말기 2대만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최근에만 해도 매장에 직접 주문을 받는 사람이 있어 편했는데, 기계만 있으니, 기계 글자도 작아 원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 노인들의 ‘디지털 교육’과 지원 방안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노년층과 60세 미만 성인들의 디지털 활용 격차가 크고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고충을 토로하는 노인의 수가 많은 것에 비해, 이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대구 내 디지털 교육이나 관련 지자체의 지원은 미미한 실정이었다. 일부 복지관에서 운영되고 있는 디지털 교육은 대게 한국정보화진흥원 등 관계기관에서 강사를 데려오거나, SNS 등에서 유명한 강사들을 초빙해 짧게 진행하는 ‘특강’ 형식이 강했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교육의 애로사항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노인들의 디지털 격차도 크지만, 노년층 안에서도 개개인의 관심도에 따라 디지털 격차가 상당해 교육시에 보다 많은 인력과 지원비가 필요하다는 것. 또 디지털 강의의 홍보도 충분치 못하다는 설명이었다.

이와 관련해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60~80대는 대한민국이 현대화되는 과정 속에서 가장 변화가 극심한 세대다. 시대 변화에 대한 적응과정은 상당히 늦어, 디지털 수준 격차가 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격차와 관련된 노인 정책이나 노인 재사회화 교육에 지자체적인 지원이 보다 필요할 때”라며 “노인 디지털 교육도 교실 내에서만 이뤄지는 수업이 아닌 노인들을 무인 정보 단말기 앞으로 데리고 나가는 등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노인을 위한 디바이스는 있다

스마트 디바이스가 노인들에게 두려운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면, 애초부터 노인과 사회적 약자를 타겟으로 나온 ‘웨어러블 디바이스’도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입는 디바이스’라는 의미로, 최근 몸 가까이 부착해 시간, 연락, 메시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넘어서 사용자 위치와 맥박, 걸음걸이 등 건강 수치를 알기 쉽게 해 노인 등 노약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기기로 발돋움했다.

샤오미가 미국의 아이헬스랩(iHealth Labs)과 합작하여 만든 ‘샤오미 혈압측정기’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혈압의 변화, 심장 박동수, 맥박 측정을 통한 종합적인 건강상태 관리에 도움을 준다. 또 클라우드를 통해 가족과 측정 결과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해 고혈압 환자에게 유익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나이가 들면 뼈의 밀도가 약해지는 등 장애물을 피하거나 넘어지는 것에 대한 순발력이 저하되는데, 이에 노인이 사고를 당했을 때 가족이나 케어 서비스, 의료 기관 등에 긴급 호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도 등장했다.

국내 벤쳐기업 쓰리엘랩스(3L-Labs)는 신발 깔창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풋로거’를 개발했다. ‘풋로거’는 신발 깔창에 가해진 사용자의 몸무게 균형을 감지해 앱을 통해 보호자가 사용자의 낙상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또 착용자의 보행패턴을 분석해 걸음 수, 이동거리, 칼로리, 소모량 등의 활동량을 파악할 수 있게 해 관절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되면 휴식을 취하도록 조언을 해준다.

웨어러블 단말기 전문기업 인포마크는 치매를 앓고있는 노인이나 독거노인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 ‘티 케어(T-care)’를 개발했다. 티 케어는 손목에 착용하는 시계 형태의 전용 단말기로 착용자가 해당 지역을 벗어날 경우 자동으로 보호자에게 알람을 보내준다. 착용자가 직접 긴급호출을 누르면 보호자에게 자신의 위치를 전송할 수도 있다. 김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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