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봄시설은 왜 여성공간에만 있나
아이돌봄시설은 왜 여성공간에만 있나
  • 김수정
  • 승인 2020.01.0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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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남성들 불편 호소
작년 ‘라테파파’ 전년比 31% ↑
백화점·지하철역 등 공공시설
여자화장실에만 기저귀 교환대
남녀공간 분리 수유방 거의 없어
남성도 편히 이용할 공간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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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소재 한 백화점의 장애인화장실 입구. 여자장애인화장실에만 영유아용 거치대가 마련돼 있다. 김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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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도시철도 1호선 반월당역 여자화장실 내 마련된 ‘모자용 화장실’ 모습.

“모자용 화장실은 있는데 왜 부자용 화장실은 없나요?”

최근 아이 맞돌봄 문화가 확산되는 등 ‘라테 파파’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남성이 이용할 수 있는 아이돌봄시설이 적어 아빠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라테 파파’는 ‘라테(커피)를 들고 유모차를 끄는 아빠’라는 뜻으로 육아에 적극적인 남성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김모(남·34)씨는 최근 12개월 된 딸을 데리고 대구 중구의 한 백화점을 찾았다가 곤란한 일을 겪었다. 딸이 백화점 한복판에서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 것. 김씨는 아이의 기저귀를 확인하기 위해 백화점 내 유아휴게실을 찾았지만 내부에 다른 산모가 있다는 이유로 들어가지 못했다. 백화점 일대를 서성이던 김씨는 결국 주차장의 차량까지 아이를 안고 급하게 뛰어야만 했다.

김씨는 “휴게실, 남자화장실 등 백화점 어디에도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당황했다”면서 “아이를 편하게 돌볼 수 있는 공간이 늘 남성들에게는 한정적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대구지역 내 백화점, 도시철도 등 공공장소에서 남성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아이돌봄시설을 찾기는 어려웠다.

대구도시철도 내 대다수의 역이 영유아용 보호의자와 어린이용 좌변기가 설치된 유아겸용 화장실과 기저귀 교환대가 여자화장실 내에 마련됐다.

중구 등에 소재한 복수의 백화점에도 아이돌봄시설은 주로 남성들이 이용하기 힘든 공간에 조성됐다. 남녀공간이 분리된 수유방, 아동휴게실 등은 보기 힘들었고, 여자장애인화장실 등에만 아이보호의자 등이 설치돼 있었다.

최근 전국적으로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증가하는 등 아이돌봄시설을 필요로 하는 ‘라테 파파’는 늘어나는 추세다. .

2019년도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국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1만1천8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재작년 같은 기간의 8천466명보다 30.9% 증가한 수치다. 전체 육아휴직자 수가 5만3천494명으로 나타나 전체 육아휴직자 5명 중 1명 가량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1∼7월간 육아휴직을 신청한 대구시청과 8개 구·군 소속 남성 공무원은 69명으로 전체 육아휴직 신청자 409명의 16.9%를 차지했다.

김정순 대구여성의전화 대표는 “사회적으로 여성들이 육아에 책임을 지는 존재로 비춰져 육아 기반 시설도 여성 중심으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며 “아기를 데려오는 남성들도 쉴 수 있는 공간들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정기자 ksj1004@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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