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경제칼럼] 포퓰리즘 리스크 키우는 선심성 현금복지
[이효수 경제칼럼] 포퓰리즘 리스크 키우는 선심성 현금복지
  • 승인 2020.01.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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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경제학 박사
나랏빚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정부는 선심성 현금 지출에 나랏돈을 함부로 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국가 재정의 건전성과 적극적 재정지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국가 재정은 건전하고,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마중물로 확대 재정 지출이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나랏빚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머지않아 재정건전성이 심각하게 파괴될 수 있고, 재정지출구조를 들여다보면 경기 부양이나 경제체질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소모성 현금 지출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노인 비중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경제활동인구는 빠른 속도로 감소하는 인구재앙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인구구조에서는 비생산적인 복지비 지출을 위한 재정지출 수요는 크게 증가하는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재정수입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재정을 잘못 관리하면 나라가 빚더미에서 헤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최근에 국가 채무와 관련해 매우 주목할 두 가지 통계가 발표되었다. 하나는 기획재정부가 2020년 1월 8일에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1월 호’이다. 여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가 채무는 704조 5천억 원이었는데, 이것은 전월대비 6조 원, 전년말에 비해서는 53조 원 늘어난 규모이다. 국가채무가 7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19~2028 중기 재정전망’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국가채무가 2019년 734조 8천억 원에서 불과 9년 만인 2028년에는 1천490조 6천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가채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38.0%에서 56.7%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국민 1인당 국가채무가 2000년에 237만 원에서 지난해에 1천400만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국가채무는 이명박 정부에서 연평균 약 25조 4천억, 박근혜 정부에서 연평균 약 32조 원 증가했는데, 지난해에 전년대비 무려 52조 7천억 원이나 증가했다.

국가채무가 증가해도 경제가 성장하면서 재정수입이 더 크게 증가하면 문제가 없다. 경제는 성장률이 겨우 2% 수준으로 저성장 함정에 빠져들고 있는데 정부 재정은 전년대비 무려 9%나 증가시키고 있다. 문제는 재정수입에 비해 재정지출이 더 크게 증가하면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총수입에서 총 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지난해 1~11월 7조 9천억 원 적자였다. 이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적자이다.

국가 경제에서 일시적으로 재정적자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것이 누적적 구조를 가지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재정지출이 침체된 경기를 끌어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거나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기능을 해야 경제성장을 추동하여 다음 기에 재정수입이 증가하면서 재정 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가치 유발효과가 없는 낭비적 재정 지출이 증가하면,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금년 정부 예산 구조를 보면, 예산이 경기부양이나 미래 투자보다는 지나치게 선심성 현금 지출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금년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42조 7천억 원이 증가했다. 증가액 가운데 무려 45%가 복지예산으로 책정되면서 금년 복지예산 규모는 2019년 161조 원에 비하여 12.1%나 증가한 180조 5천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비해 경기부양 및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2천억 원 증액에 그치면서 총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5.5%에서 4.3%로 줄어들었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미래 투자라고 볼 수 있는 연구개발(R&D)은 4조 6천억 원이 증액되었지만, 총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로 2017년과 동일하다.

국민연금 제도, 고용보험제도 등을 건강하게 발전시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장애인 및 극빈층을 보호할 수 있는 국가 사회 시스템을 잘 정비하여 모든 사람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선심성 현금복지는 몇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공짜 돈으로 인식될 수 있는 선심성 현금 지출을 무책임하게 확대시키면 안 된다.

첫째 선심성 현금복지는 하방 경직적이다. 정당들은 경쟁적으로 선심성 현금복지 항목들을 늘리게 되고, 한번 지급된 현금복지 정책은 폐지하기 어렵고 액수를 줄이는 것도 어렵다. 둘째 선심성 현금 지출은 일회성이고 가치 유발효과가 없고 낭비적이다. 셋째 국민들의 자립 자조 의식을 약화시키고 의존심을 키운다. 이것은 국가경쟁력을 근저에서 파괴시키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 개념에 기초한 선심성 현금 지출 비중이 증가하면, 정치권과 국민은 포퓰리즘에 중독된다. 국민들이 포퓰리즘에 중독되면, 국가 재정을 건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집권하기 어렵다. 정당들은 경쟁적으로 포퓰리즘 공약을 하게 된다. 중남미의 많은 국가들이 포퓰리즘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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