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쥐
  • 승인 2020.01.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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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2020년 1월 1일을 어떻게 보내는지 물어왔다. 그녀는 추운 것이 싫어서 실내에서 새 해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바닷가로 해돋이를 보러 갔을 때도 넒은 유리창이 있는 건물 안에서 해를 보았다고 했다. 그 건물이 커피숍이었던 것 같다. 그 후에도 몇 번인가 그랬다고 했다. 올 해는 대구 두류공원에 있는 높은 타워에서 보기로 했다고 한다. 전망대에 올라가 해를 보고 나면 떡국도 준다고 했다. 인당 입장료는 2만원이란다.

홍희도 예전에 새해 첫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고 기원하기 위해 새벽 일찍부터 해를 보기 위해 서둘렀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이 다섯 살, 세 살쯤이었던 것 같다. 새벽 5시쯤 일어나 잠이 덜 깬 아이들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겨 차를 탔다. 대구를 출발해서 영천 보현산 천문대로 향했다. 가는 길은 어두웠지만 가는 마음은 약간은 들떴다. 나중에 분명 추억으로 남을 것 같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남편이 차를 운전할 때 홍희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떳을 때에는 영천 톨게이트를 지나고 있었다. 곧 별빛 마을에 도착했고, 이미 차들과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해돋이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떡국을 끓여 나눠주는 행사를 했다. 홍희와 가족들도 배도 고프고 춥기도 해 나눠주는 떡국을 맛있게 먹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차들의 행렬이었다. 느릿느릿 고개를 올라갈 때쯤 어둠이 조금씩 희부옇게 변했다. 해가 멀리 바다에서 떠올랐을 것 같았다. 천문대까지 가서 볼 예정이었는데 길이 막혔다. 먼저 온 차들이 꽉 차서 더 올라갈 수가 없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산 중턱에 차를 세웠다. 이미 차를 세워놓은 사람들이 해를 보려고 밖으로 나와 있었다. 홍희와 남편은 아이를 한 명씩 품에 안았다. 혹시라도 추울까봐 모자를 꾹 눌러 씌우고 장갑도 꼭 끼워주었다. 아이들은 이 낯선 광경이 신기하였는지 추운데도 즐겁게 웃고 있었다. 동쪽 하늘을 보라고 손짓을 하고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1초라도 빨리 해를 보려고 목을 길게 빼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해다”

늘 떠오르는 해가 뭐가 그리 신기하다고 이 추운 날 산까지 왔을까마는 새해 처음 보는 해는 환희였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나왔다. 홍희도 새 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다. 다들 그런 마음으로 왔겠지. 남편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소원을 빌었다. 아이들을 품에 안고 사진도 찍었다. 아이들이 이 순간을 기억하지 못할테니 사진으로 남겨두고 나중에 같이 보면서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10여분 해맞이를 한 사람들이 차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홍희네도 올해는 잘 될거야라는 기운을 품고 산 아래로 내려갔다. 시집이 가까이에 있어 들렀다. 시어른들은 이렇게 일찍 왔냐며 반겨주셨다. 새해 인사도 드리고 아침도 먹었다. 그리고 잠을 잤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피곤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는 새해 맞이를 위해 집을 나서지는 않았다. 그냥 집에서 해를 보며 소원을 빌었다.

새 집으로 이사한 첫 해는 아침을 먹고 앞산에 올랐다. 앞산의 기운을 받기 위해서였다. 해맞이도 아니고 산을 오르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홍희네 말고도 산을 오르는 사람은 있었다. 가슴에 하나씩 이루고 싶은 소원 하나 간직하고 있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홍희의 소원 중 이룬 것들이 많다. 홍희가 원하고 이루기 위해 노력한 덕분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고 하는데 어느 틈엔가 하나씩 소원이 이루어졌다. 열심히 노력하다 보니 일이 잘 풀리는 것 같다. 2020년 올해도 홍희의 소원은 있다. 그것은 홍희가 노력해서 될 일은 아니다. 그래서 아들, 딸에게 말해주고 싶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쥐, 그러니 니 스스로를 도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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