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컴퍼니, “수화로 커피 주문, 어렵지 않아요”
정다운컴퍼니, “수화로 커피 주문, 어렵지 않아요”
  • 이아람
  • 승인 2020.01.13 2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각장애인 바리스타가 근무
테이블마다 ‘수화 주문’ 메뉴판
평일 낮 시간 운영·주말 휴무
직원 8명에 평범한 직장인 삶
朴 대표 “올해 건물 증축 계획
더 많은 장애인에 일할 기회”
정다운컴퍼니근로자_view
대구 동구 화랑로에 있는 카페 정다운컴퍼니에서 청각장애인 근로자가 커피를 내리는 모습. 업무환경을 비롯해, 전문직으로 종사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장애인 고용 모범업체를 찾아서]정다운컴퍼니


대구 동구지역에는 청각장애인들이 커피를 만드는 카페가 있다.

처음에는 사내 카페를 목적으로 오픈했으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구지역본부의 도움을 받아 지금은 어엿한 사업체로 분리해 운영 중이라고 박기범(50) 정다운컴퍼니 대표는 밝혔다.

카페에는 나무 블록으로 된 수화 메뉴판이 있어 눈길을 끈다.

테이블마다 마련된 메뉴판으로 고객들은 간단한 수화를 배울 수 있고 이를 통해 음료를 주문할 수 있다. 메모지도 마련돼 글로써 주문할 수도 있다.

단 장애인 근로자들의 계산능력 차이로 현금결제는 불가하며 카드결제만을 원칙으로 한다.

박기범대표_view
박기범(50) 정다운컴퍼니 대표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장애인 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를 꿈꿨다.


박 대표는 “수화로 주문하는 방식에 고객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반응은 좋은 편이다”며 “고객들의 배려심 덕에 카페 매출이 개선되고 있어 보다 많은 장애인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이 바람이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를 꿈꿨다. 이에 1996년 사무기기 렌탈·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정우비즈니스솔루션’을 설립·운영하면서 장애인 근로자 고용을 함께 시작했다. 이같은 고용경험을 관련업체인 ‘캐논코리아비지니스솔루션’에도 안내해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을 적극 지원하기도 한 인물이다.

여기서 사무기기 렌탈·판매 직무만으로는 장애인 일자리가 확대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박 대표는 장애인들이 일하는 환경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에 장애인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 오래 근무할 수 있는 직장에 대한 수요를 조사해 카페 ‘정다운컴퍼니’를 오픈했다. 기존 업무를 나눠주는 장애인고용업체들의 배려를 넘어 그들만을 위한 공간을 새롭게 조성해준 것으로 차별성을 지닌다.

이 같은 설립 목적에 따라 정다운컴퍼니는 다른 카페와 달리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되며 주말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현재 8명의 청각장애인 근로자가 근무 중이다.

박 대표는 “처음 카페 창업을 준비할 때부터 장애인들이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하며 주말은 쉬고 평일에 일하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었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카페를 운영하려 한다” 고 설명했다.

그의 경영철학에 따라 근로자들의 근무 만족도도 높다. 특히 비장애인 근로자와 분리된 공간에서 일하고 있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 고객에게 대접하는 것에 대한 기쁨이 큰 편으로 알려졌다.

카페 오픈 초반기 청각장애 탓에 원두 배출 시점을 맞추지 못해 버리는 원두가 훨씬 많았을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숙련돼 커피 생두의 습도와 빛깔만 보고도 향이 좋은 커피를 제조할 수 있다.

 
정다운컴퍼니커피_view-2
정다운컴퍼니 자체 제작 커피 정다운 #160~163. 162에 사용된 옐로우버번은 이름 그대로 노랑색의 커피체리로 재배방식이 매우 까다로워 생산량이 저조한 종류로 달콤함과 고소한 풍미가 살아있다. 또 163은 강렬하고 짙은 향에 묵직한 바디감이 있는 커피로 인기가 좋다.


최미희(여·49·청각장애인)씨는 “바리스타 자격을 딴 후에도 입사할 카페가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며 “어느덧 카페에 입사한 지 2년이 다 되간다. 비슷한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일할 수 있어 편하고, 앞으로는 신규 메뉴도 개발해보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정다운컴퍼니는 2017년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인증받았다. 카페 운영수익보다 원두판매와 커피머신 렌탈 사업을 병행 운영하는 데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대표가 별도로 운영하는 정우비지니스솔루션의 기존 거래처에서 원두와 커피머신 렌탈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 또 장애인표준사업장 제도를 활용해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의 경우 부담금 연계고용 감면 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 제도는 장애인의무고용사업체가 장애인표준사업장 등에 도급을 줘 그 생산품을 납품받는 경우, 연계고용대상 사업장에서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장애인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도급정도에 따라 부담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정다운 컴퍼니는 올해 더 많은 고객들이 찾아올 수 있고, 장애인근로자 채용을 확대하고자 건물을 2층으로 증축 리모델링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이 작은 공간이 바리스타의 꿈을 키우는 장애인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커피 전문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행복하고, 함께하는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기 위하여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이아람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