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마를 아시나요?
할마를 아시나요?
  • 승인 2020.01.1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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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출산율 최저와 관련하여 많은 신혼부부들은 출산보다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출산을 포기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출산율 최저, 어린이집의 비리, 베이비시터의 아동학대 등의 단어 이면에 숨어있는 단어가 바로 '할마'이다. 할마는 할머니와 엄마를 합친 말로 조부모가 손자의 주양육자가 되어 먹고 씻기고 재우는 것부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더 나아가 초등학교까지 양육자의 돌봄이 필요한 나이까지 돌보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이와 같은 육아를 제2의 육아 내지는 황혼육아라고 한다. 말이 좋아 황혼육아지 솔직히 말해 할머니, 할아버지 골병드는 일이다.
생후 몇 개월 된 영유아를 두고 자신이 처한 현실적인 상황에 의해서 일에 복직해야만 하는 경우, 혹은 가정경제를 위해서 맞벌이가 필수인 경우, 자아실현을 위해 등 다양한 이유로 많은 여성들이 출산 후 직장으로 돌아간다. 물론 직장 어린이집이 잘 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믿을만한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용의 문제부터 육아라는 상황 특성상 발생하는 다양한 예상 밖의 이벤트들 때문에 많은 손자들을 조부모가 양육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친정엄마가 단골 주양육자가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린 아이를 맡기는 입장에서 가장 믿을만하고 또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그리고 비용의 부담이 다른 위탁양육자에 비해 적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가 많이 생긴다.
사회가 변함에 따라 결혼하는 여성의 나이가 차츰 많아지고 있고 자연스럽게 출산도 늦어지고 그만큼 아이를 돌보게 될 친정엄마도 빠르면 50대 후반부터 60대, 많게는 70대로 나이가 들게 된다. 친정엄마의 경우 딸이 부탁하니, 또 자신이 봐주지 않으면 딸의 인생과 가정이 더 윤택해지지 못할 것 같은 걱정스러운 마음과 손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뒤섞여 일이년이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육아를 맡게 된다. 특히 친정엄마 본인이 출산과 육아로 인해 아무 일도 하지 못했던 경우는 딸이 자신처럼 살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본인이 자처해서 육아를 전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처음 생각한 일이년이 오년, 육년이 되고 이제 끝났다 싶으면 딸이 둘째를 출산할 때도 있고 때로는 자신의 둘째 딸이 결혼하여 출산하여 또 갓난쟁이를 맡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로 인해 쌍둥이 출산도 많아져서 한꺼번에 두명을 돌봐야 하는 상황도 많다. 또 다시 아이를 키워달라는 것을 친정엄마가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부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알지만 행여나 누구는 봐주고 나는 안 봐주고 소리가 나올 것이 분명하기에 보통의 친정엄마는 웃으면서 봐주겠다고 말하게 된다.
옛말에 누가 "밭 맬래, 애 볼래?" 하면 열에 열명이 밭 맨다고 한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육아는 엄마를 갈아서 한다는 표현이 있을 만큼 육체적으로도 또한 정신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신혼부부들이, 특히 여성이 출산을 망설이기도 한다. 물론 자녀 양육의 경제적 비용도 굉장히 큰 부담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급감하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단지 출산만을 혹은 임신 기간만을 위한 현금성 정책은 절대 정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할마들은 20대 혹은 30대의 체력이 절대 아니다. 이미 수십년간 육아와 가사에 몸은 약해지고 기력도 예전 같지 않다. 그렇지만 자신의 딸을 위해서는, 딸에게는 언제나 씩씩하고 강한 엄마인 친정엄마이기에 몸이 으스러져도 손자를 봐주는 것이 자신의 행복이자 기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를 돌보느라 몸도 몸이지만 자신이 꿈꾸던 황혼의 삶과는 너무 달라 겪게 되는 우울증도 많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가운 것'이 할마들이 손자를 보는 마음이라고 한다. 얼마 전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황혼육아를 하고 있는 할마들의 심리상담을 진행한 것을 방송한 적이 있다. 그들의 마음은 한결같이 딸의 인생을 위해서 자신이 희생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는 것이었는데 상담자가 할마들에게 언제 가장 힘드냐고 했을 때 "애까지 봐 줬는데 저녁에 사위까지 데려와서 밥까지 다 먹고 설거지도 안 하고 갈 때, 밥상 차릴 때 수저 한번을 안 꺼낼 때"가 딸이지만 참 야속하다고 했다.
육아는 전 사회의 공동책임이라는 말, 늘 말은 번지르르하다. 하지만 결국 뒤에서 오롯하게 육아를 담당하는 것은 엄마나 친정엄마인 경우가 더 많다. 치솟는 집값과 생활물가 그리고 매년 오르는 세금 탓에 젊은 부부들에게 맞벌이는 필수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친정엄마의 육아 비율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육아와 관련한 정책으로 2020년에는 이러한 황혼육아 중인 분들을 위해 건강관련이나 심리상담과 같은 작은 혜택이라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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