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인가 장악인가
개혁인가 장악인가
  • 승인 2020.01.1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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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국가인권위가 청와대로부터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인권침해를 조사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공문으로 전달 받으면서 인권위 무용론이 나왔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인권위가 이제 고위공직자의 비리 세탁에도 한 몫 거들게 됐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이런 행정절차 수행 관행은 불법을 저지른 범죄 혐의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은 물론 사법기관의 수사 및 재판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일이 있고 난 다음날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장관의 유·무죄 여부와 무관하게 (국민들이)이제는 그를 놓아주자”라고 말했다. 국가 대소사 전반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끼칠 대통령의 초법적인 언사에 잠시 귀를 의심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법무부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은 존중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 말은 맞다.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 뿐 아니다. 자그마한 기초자치단체장이나 중소기업 사장의 인사권도 물론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권한의 결과가 내 편과 네 편을 나눈 것으로 많은 이가 수긍하기 힘든 것이라면 그런 인사권은 당연히 존중받을 수 없다.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검찰이 치도곤을 맞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 선상에 있던 검찰 핵심 간부들이 모조리 좌천되는가 하면 정권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이들이 요직을 꿰차고 검찰의 주요 보직에 대거 임명됐다.

새 법무부 장관은 (살아있는 권력의 수사를 위한) 별도의 수사팀을 자신의 허락 없이는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것을 포함해 권력에 대한 수사를 원천적으로 막을 태세다.

이 정부는 이를 검찰 개혁이라고 했다. 집권한 자를 수사하면 개혁의 대상이 된다. 상대방을 수사할 땐 박수를 치더니 제 편을 찌르니 수족을 잘라버리는 이것을 검찰 개혁이라고 한다. 개혁인지, 장악인지...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당을 비롯한 4+1협의체는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공직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을 밀어붙였고, 검경수사권 조정안도 결국 통과시켰다. 혹자는 그동안 검찰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누구도 용납하지 않으면서 특권의 횡포를 써왔다고도 한다. 하지만 ‘검찰권의 독립’이라는 민주적 가치는 이번 일로 엄청나게 흔들려 버렸다. 입장을 바꿔보면 검찰이 썼다고 주장하는 ‘특권의 횡포’는 오히려 현 정부가 그대로 썼다.

그러면 검찰 개혁은 무엇 때문에 필요한가. 아무리 ‘살아있는 권력’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제재나 방해 없이 철저히 수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검찰 개혁의 화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새로운 법무부 장관에 의해 요직에 등용된 인사들이 입입이 외치는 ‘절제된 검찰권’ 이란 게 바로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대지 않는 검찰권이란 것인가.

아이러니 하게도 검찰 개혁을 주창하는 살아있는 권력은 주구장창 제 편에게 칼을 들이대는 검찰을 철저하게 분해 후 재조립 하면서 그 칼의 날을 하나하나씩 분지르곤 이것을 검찰 개혁이라고 부르짖고 있다.

이 권력의 눈에는 국민들도 보이지 않는다. 분명한 거짓일진대 자신이 주장하면 그것이 진실이라고, 국민들이 속아 넘어갈 것으로 확신하는 그 당당한 모습에 차라리 두려움까지 느낀다.

엄청난 권력의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적법하게 발부받아 행한 검찰의 압수수색도 거부하는 이 권력은 드디어 법 위에 군림하려 한다. 아니, 법을 벗어나 군림한다. 그러면서 제 편에 칼을 들이대는 검찰을 개혁하겠다며 ‘개혁의 속도를 더 빠르게 진행하라’고 했고 마침내 그 절차는 모두 끝났다.

국민들을 눈 뜬 봉사로 만든 이런 것이 국민을 속이는 것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일찍이 노자는 군주의 유형을 네 등급으로 분류했다. 가장 훌륭한 군주는 무위(無爲)하는 군주로 즉 함이 없는 정치, 말을 아끼는 정치를 하는 것으로 백성들은 그를 느끼지 못한다. 군주가 있어도 있는 것으로 느끼지 못할 만치 백성들에게 아무런 불편이 없는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경지를 일컫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군주는 말을 귀중하게 여기며 공을 이뤄도 자신의 공으로 자랑하지 않는다. 모든 일을 성공시키고 뒤로 물러나도 백성들은 전혀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군주, 그냥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여기게 하는 군주야 말로 가장 훌륭한 군주라고 노자는 말하고 있다. 권력의 횡포가 없고 백성들이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는 것이 무위의 정치란 것이다. 그 다음으로 훌륭한 군주는 인과 덕으로 다스리는 군주고 세 번째는 위압적으로 다스리는 군주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권모술수로 백성을 속이는 군주라고 노자는 이르고 있다.

백성을 속이는 군주야말로 최악의 군주라는 이 분류를 현재의 권력들은 절절이 되뇌어 보아야 할 일이다.

경제가 악화일로에서 점점 더 어려워 국민들은 곤궁해 가는데도 경제는 좋다고 계속해 외치는 것이 국민을 속이는 것이 아닌가. 선거 과정에 핵심권력이 개입한 의혹이 있어 이를 캐보자는데 그런 일은 없으며 이를 캐는 이는 누구든 뒤흔들고 만다는 방식이 국민을 업신여기는 게 아닌가. 기업들은 외국으로 도망치고 싶어하고 일자리는 더욱 더 사라지고 있다. 권력 주변 수사는 힘으로 틀어막고 사법권은 결국 독립에서 멀찌감치 돌아앉혀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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