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십년 화무십일홍 (權不十年 花無十日紅)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權不十年 花無十日紅)
  • 승인 2020.01.1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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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 정경부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 권력은 십 년을 못가고 활짝 핀 꽃도 열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정치권에서 늘 회자되는 말이다. 영원할 것만 같은 권력이나 아름다움도 흥함이 있으면 언젠가는 쇠하게 마련이다. 그만큼 정치권력의 무상함과 덧없음을 비유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우리나라 정치권력을 상징하는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불행한 길을 걸었다.

건국의 아버지라 불렸던 이승만은 4·19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났고 5·16쿠데타로 17년간 집권하며 세계적인 경제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던 박정희도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12·12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노태우는 내란·반란죄 등으로 실형을 살아야만 했고 김대중·김영삼도 자식들이 구속되며 말년은 힘든 생활을 보냈다. 또 노무현은 안타깝게도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고 이명박은 비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는 국정농단사태로 탄핵을 받고 현재 구속수감 상태다. 이래서일까, 대통령은 되지 못했지만 정치 9단이라 불렸던 김종필은 정치를 허업(虛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장관이 되자마자 인사권력을 휘둘렀다. 그는 지난 8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검찰 지휘부를 대거 지방으로 전보 조치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보내버렸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으로 승진해 법무연수원장으로 발령이 났지만 이른바 ‘승진성 좌천’ 성격에 가깝다.

청와대와 여권을 겨냥한 수사를 지휘했던 고위 검사들의 보직이 일제히 바뀌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팔과 다리를 모두 잘라버렸다. 사실상 조 전 장관과 청와대를 수사하지 말라는 압박이다. 엄혹했던 군부독재시대에도 일찍이 없었던 초유의 인사권력 횡포라고 볼 수 있다.

추 장관은 한술 더 떠 ‘직제에 없는 수사조직은 시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장관 사전 승인을 받아 설치하라’고 대검찰청에 특별 지시했다. 윤 총장이 특별수사단 등을 별도로 꾸려 청와대를 향한 수사를 지속할 가능성이 일각에서 거론되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이다. 추 장관은 또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인 반부패수사부(옛 특별수사부) 등을 대폭 없애는 내용의 직제개편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추 장관에 대해 탄핵소추안 발의, 검찰 고발과 함께 국정 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보수대통합’에 매몰돼 역부족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 진보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진보성향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정희도 대검 부장검사도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3대 의혹 수사팀을 해체하지 말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청원 8일 만에 18만명을 넘어섰지만 여권과 청와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추다르크’ 추 장관은 영원히 법무부장관을 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그도 자연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정농단사태 이후 검찰이나 법원에서 직권남용죄를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수사팀을 향해 ‘수사하지 말라’는 식의 인사가 문재인 정권이 끝난 뒤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뭔가 잘못되었고 검찰에 대한 보복성 인사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전직 대통령은 모두 불행했지만 ‘촛불 대통령’이라 불리는 문재인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임기 반환점(2019년 11월 9일)이 벌써 지났지만 국정난맥상이 그치질 않고 있어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요원해 보인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지만 조국사태 때 보여준 대통령의 언행은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했다”는 비판적 평가에 자유로울 수가 없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눈치를 보지 말라”고 주문했지만 막상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자 6개월 만에 수사책임자를 교체해버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면 죽는다’는 아주 나쁜 선례를 남겨버렸다.

시간이 많지 않다. 2년 4개월 후면 문 대통령도 청와대를 떠나야 한다.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의 안타까운 불행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본연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영원할 것 같은 권력은 ‘신기루’와도 같은 법이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란 동서고금의 절대적 진리를 문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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