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리 급했길래…
무엇이 그리 급했길래…
  • 승인 2020.01.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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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객원논설위원
문 대통령의 새해 첫 업무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임명이었다. 현 정권하에서 단골메뉴가 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23번째 장관급 인사다. 그런데 무엇이 그렇게 급했는지 대통령은 공휴일 포함 겨우 이틀의 재송부 시한을 주고 속전속결로 임명을 단행하였고, 추 장관 또한 취임 6일만인 지난 8일 저녁 전격적으로 32명의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하였다.

그 핵심 내용은 이미 세간의 풍문대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발을 자르는(?) 인사였다. 즉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조국 일가 비리 수사 등 현 정권에 부담이 되는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윤 총장의 손발인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서울동부지검장 등에 대한 좌천성 인사이다. 인사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이번 인사에 대해 절차상 문제로 위법의 소지에 대한 논란까지 제기 되고 있다. 즉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검찰청법 제34조 1항의 절차를 지켰느냐에 관한 논란으로, 이는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견해는 달리하고 있어 굳이 어느 쪽이 옳으냐는 사법적인 판단이 필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이번 인사는 검찰이 현 정권에 부담이 되는 수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에 대한 보복성이 짙다는 의구심은 떨쳐낼 수 없다. 작년 7월 문대통령은 윤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엄정하게 해 달라.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주문한 것을 윤총장이 너무 고지식하게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살아 있는 권력 심지어 현 정권의 심장부인 청와대를 향해 칼날을 휘두르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기 위한 인사라는 것이 세간의 중론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통상적으로 1년 단위로 이뤄지는 검찰인사 규정도 무시하고, 현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사건들을 수사하고 있는 책임자들을 부임한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거에 좌천성 전출시킬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반대로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총장이다. 전 정권하에서 국정원댓글 조사에서 정권에 밉보여 지방으로 좌천되어 떠돌다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문대통령에 의해 전 정권을 단죄하는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의 최적임자로 인정받아 파격적인 승진과 함께 중용된 인사이다. 중용될 당시 여당 일각에서는 윤총장의 그 동안 행보를 볼 때 양날의 검이 되어 정부여당에 칼을 들이밀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으나,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하에 중용되었던 것이다. 이런 윤총장이 대통령의 바람대로 뒤이어 임명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합심하여 검찰개혁이나 전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에 매진하기보다 대통령 측근과 청와대 권부 핵심부 등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칼을 휘둘러 조국 전 장관을 퇴진시키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고 있으니 현 정부의 입장에서는 배신감마저 들 것이다. 그리하여 차마 정부입장에서는 무어라 하지 못하고, 여당 차원에서 자기 정치한다고 맹비난을 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는 방안으로 선발된 해결사가 바로 추다르크라는 강성 이미지를 가진 추미애 장관이다. 이는 대통령이 추 법무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검찰 최종 감독자는 추미애”라고 힘주어 말한 것에서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추 장관 역시 “수술 칼을 환자에게 여러 번 찔러 병의 원인을 도려내는 것이 명의(名醫)가 아니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정확한 병의 부위를 제대로 도려내는 게 명의”라면서 인사권자의 권한을 무기로 일거에 윤총장의 손발 모두에 대해 좌천성 전보를 단행하였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5패(覇)의 한 사람인 제(齊) 환공(桓公)이 나라를 제패하는데 해(害)가 되는 것이 무엇이냐고 재상인 관중(管仲)에게 물었을 때 관중은 ‘어진 이를 쓰지 않는 것, 어진 것을 알면서도 쓰지 않는 것, 쓰면서도 맡기지 않는 것, 맡기기는 했으나 다시 소인배가 참견하게 하는 것(不用賢 知賢而不用 用而不任 任而復以小人參)’이라고 했다.

이 고사에서 의미하는 바는 사람을 고르는 데 신중을 기하되 일단 맡겼으면 전폭적으로 신뢰를 주라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萬事)가 아닌 망사(亡事)되는 것은 믿고 맡겨놓고 의심으로 흔들리는 데서 비롯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대통령은 자신이 믿고 임명한 윤총장에 대해 불과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뢰를 한다고 하면서도 추장관 임명을 통해 제동을 걸고 있다. 앞으로의 윤총장과 추장관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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