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의 지혜로 빛난 신청사 입지 공론화
대구시민의 지혜로 빛난 신청사 입지 공론화
  • 승인 2020.01.1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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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규
김상규 대구시신청사건립추진 공론화위원회 위원, 한국갈등해결센터 이사
장장 15년을 끌어온 대구 신청사 입지 갈등이 대구 시민의 공론화과정을 통해 해결 되었다. 지자체 단위에서 중요한 정책결정을 시민의 직접 참여로 해결하는 공론화 과정은 최근 다양한 선례를 가지고 있다. 유례없이 성공적으로 끝난 대구 신청사 건립 추진 공론화과정에서 함께 되새겨볼 이슈와 의미를 생각해본다.

먼저 입지선정을 일반시민의 참여로 결정한 최초의 사례이다. 대부분의 공론화가 찬반양론에 그치거나 이분법적 사안에 관한 의사결정에 제한되었다면 이번 대구 신청사 건립공론화는 유치를 신청한 4개의 구·군이 참여해 새로운 시청의 입지를 결정하는 최초 사례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4개의 선택지와 7개의 평가항목 그만큼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다.

둘째는 의회권력의 적극적인 참여이다. 대구 시의회는 2018년 12월 대구광역시 신청사 건립을 위한 조례를 제정함으로써 공론화를 위한 제도적 틀을 만들어냈고 공론화위원회에도 3명의 시의원이 위원으로 활동하며 시민의 참여와 숙의를 위한 토론장 마련에 수고를 아끼지 않음으로써 책임 있는 사례를 만들어냈다.

셋째는 각 구·군의 독립성을 인정한 점이다. 시민참여단을 인구에 비례해 구성하지 않고 각 구·군별 독립성을 인정해 8개 구·군별 참여자수를 동일하게 구성했다. 이러한 결정은 앞으로 절대적 기준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자치정부의 독립성 관점에서 중요한 선례로 기록될 것이다.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고 보면 명시적 예산만 3천억원 이상이 투입되고 향후 100년을 내다본다는 신청사 건립 문제를 전문가도 아닌 일반시민 250명이 단지 2박3일 모여 토론하고 결정한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반론 또한 적지 않다. 다양한 토론과 모색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토론과 모색에 앞서 진영논리가 모든 이슈를 매몰시키고 있다. 한 사회 내에서 갈등조정과 타협을 이끌어내야 할 기존의 정치시스템과 구성원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무조건 정치인만 나무라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 구성원들의 갈등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흔히들 주요의제가 결정되면 갈등이 해결된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갈등이 없어진다고 오해한다. 갈등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구신청사 위치가 결정된 것이 갈등해결의 끝이 아니다. 신청사와 관련해서 앞으로도 많은 이슈를 대구시와 시민은 결정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갈등의 해결은 갈등 당사자들 간의 관계가 회복되어 최소한의 신뢰가 만들어져야 하고 동일하거나 유사한 갈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토대와 사회적 역량이 마련되어야 한다. 적어도 2019년 12월 대구시민은 어려운 현실에서 하나의 긍정적 토대를 만들어냈다.

“80 평생을 살아왔지만 지역에서 이삼십 대 청년과 함께 지역의 문제를 이야기 나누어 본 것이 처음”이라는 원로 시민참여단의 생생한 소감. 결국 2020년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 발전은 제3의 누군가가 이루어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숙의, 그리고 합리적인 토론으로 또 다른 대안을 찾아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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