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초연결시대의 소비:공유경제와 구독경제
[박명호 경영칼럼] 초연결시대의 소비:공유경제와 구독경제
  • 승인 2020.01.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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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서울에서 김 서방을 찾는다.’라는 말이 있다. 서양에는 비슷한 의미로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라는 말이 있다. 성사되기가 매우 어려운 일을 뜻한다. 그런데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는 정말 어려울까?

세상은 정말 넓지만 또한 매우 좁은 곳이기도 하다. 1967년 미국 하버드대학 스탠리 밀그램 교수가 ‘좁은 세상 실험(small world experiment)’에서 이것을 증명하였다. 그는 무작위로 네브라스카주의 오마하에 살고 있는 160명에게 편지형식의 소포를 보냈다. 이들에게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무려 2,300km나 떨어진 보스턴의 한 증권 중개인에게 그 소포를 전달하도록 부탁하였다. 마침내 그 중개인에게 도착한 절반 정도의 소포는 단지 여섯 단계만을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그 유명한 ‘여섯 단계의 분리 법칙’이다. 이 개념은 영화배우 케빈 베이컨 때문에 유명해져서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여섯 명만 거치면 전 세계인이 내 친구(?)가 된다는 것이다.

이제 서울 김 서방 찾는 일은 별 것이 아니다. IT혁명 덕분에 ‘초연결(super-connection)시대’가 된 까닭이다. 사회발전은 ‘연결성’의 역사이며, 연결을 통한 소통의 결과이기도 하다. 20세기가 개인과 조직의 연결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개인과 개인이 연결되는 시대이다. 이처럼 사회전체의 연결성이 커지면서 수백 년 동안 유지되던 소비의 개념도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은 ‘소유의 종말’에서 ‘내가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에서 ‘내가 체험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로 소비체계가 바뀐다고 했다. 그 결과 더 적은 소유를 통해 더 많은 활용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소비경제가 정착하게 된다. 최근 크게 확산되고 있는 ‘공유경제’와 ‘구독경제’는 이것이 현실화된 형태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에서는 소비자가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여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으로 타인과 공유한다. 상품·서비스뿐만 아니라 지식, 시간, 재능, 경험 등 모든 유·무형의 자원이 그 대상이다. 사적 영역으로 간주되었던 집, 자동차, 자전거, 사무실은 물론 주방이나 생활용품까지도 협력적 공동 소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택시업계와 크게 갈등을 빚으며 논란이 되었던 ‘타다’가 공유경제를 지향하는 대표적 사례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는 공유경제를 뛰어넘는 또 다른 소비개념이다. 신문·잡지의 구독과 같이 일정액을 내면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제공받는 신개념의 유통방식이다. 이 개념의 창안자인 티엔 추오는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에서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것에 대해 마치 전기나 물처럼 쓴 만큼 지불하는 것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한다. 소유가 아닌 사용에 의한 소비이다. 이젠 종전의 배달이나 렌탈 방식이 아닌 3세대 구독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 서비스시스템을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적절한 상품·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전문성을 갖춘 구독방식이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월 72만원에 쏘나타, 투싼, 벨로스터를 바꿔가며 탈 수 있는 ‘현대셀렉션’ 서비스를 시작하여 큰 화제가 되었다. 신분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자동차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하는 서비스로 바뀐 것이다. 이미 음악(멜론), 영화(넷플릭스)를 넘어서 먹거리와 생필품뿐만 아니라 침대, 자동차까지 무엇이든 구독하는 시대가 되었다. 구독서비스는 확장성이 매우 높아서 앞으로 모든 산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결성이 핵심인 구독경제에서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개별화된 상품·서비스에 지속적으로 접속하여 구독방식으로 소비한다. 설사 구독경제가 아니더라도 21세기 마케팅의 최대 화두는 역시 연결성이다. 필립 코틀러 교수는 ‘마켓4.0’에서 “마케팅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는 바로 연결성”임을 강조하였다. 연결성은 마케팅의 핵심 기반인 시장자체를 변화시키고, 경쟁에 대한 개념과 고객을 바라보는 방식도 바꿔놓았다. 따라서 마케터가 연결성의 폭과 깊이 그리고 강도를 총체적으로 이해해야만 효과적인 마케팅전략을 수립·집행할 수 있다.

구독비즈니스의 성공에는 경쟁사를 비롯한 외부 당사자들과의 협력은 물론 공동창조를 위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고객 참여가 필수 요건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인화 데이터를 활용하여 개별 구독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서비스를 어떤 환경에서든 실시간으로 연결하여 제공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고객에 대한 정보와 지식은 늘 새롭고, 정확하고, 충분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의 요구가 제대로 충족되고, 고객과의 관계가치가 높아져서, 더 많은 충성고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된다.

답은 역시 마케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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