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변혁의 세월
검찰 변혁의 세월
  • 승인 2020.01.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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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화
변호사
전 대구고등법원 판사
2019. 12. 30. 공수처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곧바로 2020. 1. 13.에는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인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마저 통과되었습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형사사법 체계에 있어서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과거 구속영장실질 심사제도 도입이나 공판중심주의 강화 등 세부적인 형사절차에 변화가 있었던 적이 있지만 이처럼 근본적 변화가 있기는 처음입니다. 검찰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사망 선고에 가까운 변화라고도 보입니다. 특히 수사권 조정으로 인하여 사실상 경찰 수사권이 독립되고 검찰의 직접 수사가 제한됨으로 인하여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 형태가 근본적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검찰의 입장에서는 그간에 수사의 사실상 주재자로서 경찰을 지휘하던 권력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는 뼈아픈 상황입니다.

국가기관의 권한은 국민의 위임에 따라 헌법에 정한 원칙에 맞춰 가장 국민의 의사에 적합하도록 행사되어야 합니다. 검찰이 정부 수립 후 지금까지 검찰권을 행사하면서 많은 성과를 거둔 것은 인정합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하여 가감 없는 수사로 권력 주변을 정리하였고, 국가 질서를 유린한 쿠데타 세력을 처벌하는 등 역사적으로 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검찰이 어느 순간부터 ‘자신들이 정의’ 그 자체라는 자만심으로 국민의 인권을 가볍게 여기고 국민들로의 비판을 무시해 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검사로서 근무할 때도 역시나 성과와 인권이 충돌되는 상황을 경험하기는 했습니다. 밤샘 수사를 하더라도 아침까지 어떤 결과물을 내 놓아야 조직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풍토가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피의자의 인권은 무시되고 단순히 수사 대상자로만 바로 보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특히 수사의 성과를 내야 하는 사건들은 대부분 화이트칼라 범죄가 많습니다. 피의자들은 왕성한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에 피의자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으로 인한 수사는 해당 당사자에게 사회생활에 대한 사망선고를 내리는 가혹한 결과를 낳게 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물적 증거와 제반 상황을 미리 잘 확인하고 수사에 임해야 합니다. 수사 과정에서도 수사의 목표를 항상 확인하면서 피의자의 인권을 해치지 않는다는 고도의 인권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별건수사’도 엄격히 제한되어야 합니다.

지금의 검찰의 가장 큰 잘못은 ‘별건수사’에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별건에 대한 수사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의식 없이 행해져 왔던 것이 잘못된 것입니다. 그것이 ‘세월호’, ‘국정농단’ 수사를 하면서 그 벽이 완전히 무너졌고, 이번 ‘조국’ 수사로 그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 간에는 현 정부와 언론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아 그대로 두었다가 이번에는 그 심경을 거드리자 그 사냥개를 거침없이 잡는 것입니다. 검찰이 그 전에도 ‘별건 수사’를 금지하고, 국민의 인권을 더 확고히 보장하는 방식으로 검찰권을 행사하였더라면 지금의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만시지탄은 늘 소용이 없습니다.

검찰도 이제는 개정된 법에 따라 형사절차를 준수해야 합니다. 다만 앞으로 시행령 개정 과정 등에서 국민의 피해가 없도록 경찰의 수사를 감시·감독해야 할 것입니다. 경찰도 이제는 그 인적 구성 측면에서는 검찰에 뒤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수사 경찰 대부분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그 교양이나 수준이 충분하다고 보입니다. 오히려 지휘 라인에 있는 간부 경찰 등은 그 전문성이 부족하여 개별 수사를 지휘하기 어려운 것이 그 실정입니다. 국가수사본부 설치 등 수사 경찰의 전문성을 보완하고, 부당한 수사권 행사를 자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완해야 이 번 수사권 조정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검찰에 잠시 몸 담았던 필자로서도 안타까운 역사적 순간에 검찰의 새로운 탄생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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