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 비움의 결단이 절박하다
황교안 대표, 비움의 결단이 절박하다
  • 승인 2020.01.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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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시인, 전 대구시환경녹지국장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새해 벽두에 국민들은 희망보다는 암울함으로 우울증 환자처럼 서성거리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부끄러움을 모르는 청와대. 민의를 외면한 집권여당의 낯 두꺼움. 여기다 경기침체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민초들의 곤궁한 삶이 어우러져서 나타난 복합적 현상이라고 진단해 본다.

민주당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의견을 배제한 채 이상한 주술 같은 ‘4+1’이라는 도깨비를 내세워 다수결의 횡포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중요한 법안을 국민의 여론수렴이나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연일 본회의 상정과 통과로 밀어붙이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하고 기가 막힌다. 국회의장의 의사봉이 언제부터 도깨비 방망이처럼 여당이 부르는 대로 ‘뚝딱 뚝딱’ 법 만드는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전에는 국회의장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자당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절제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지금은 동화책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나 나올법한 도깨비감투를 쓴 부끄러운 모습이라는 지적을 부인할 수 없다. ‘적폐’라고 몰아붙였던 전 정권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 하늘도 오죽 답답했으면 이 엄동설한(嚴冬雪寒)인 소한(小寒)에 장대비를 주룩주룩 내렸을까?

다수결이 민주주의의 요체가 아니다. 소수를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한 후 마지막 수단이 이 방법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다 아는 이 민주주의의 원리를 국회의원들이 모른다면 지금 당장 스스로 ‘금배지’를 떼어야 한다. 집권 여당의 오만이 이즈음에 달했는데도 이를 제어할 세력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더구나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히 수사하라”던 문재인대통령의 지시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대통령 지시대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검찰인사’라는 칼로 수사검사들을 좌천시켜버린다면 대통령의 지시는 한 낱 ‘말의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검찰은 이럴수록 당당해야 한다. 국민의 검찰로 거듭 태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송철호 울산광역시장 선거부정사건, 조국 전 청와대민정수석 기소사건, 정경심교수 입시부정사건, 유재수 전 청와대비서관 감찰무마사건 등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지금처럼 건국 이후 국민들이 한 가슴으로 검찰을 응원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제 ‘검찰개혁’이라는 말이 쑥스러운 구호가 되고 말았다.

필자는 ‘소한우수(小寒雨水)’를 맞으며 레인코드의 깃을 세우고 금호강둑을 걸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노?” “그렇게 촛불민주 혁명을 부르짖던 정부가 독재국가에서나 있을법한 행위를 서슴지 않다니…” 내 뺨을 흐르는 것이 빗물만은 아니었다.

저수지 둑에 작은 구멍이 나면 이것을 재빨리 메워야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 지금 ‘나라’라는 제방에 여기저기 작은 구멍들이 나고 있는데 국민들이 팔짱을 끼고 보고만 있어서는 아니 될 일이다. 분연히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3개월 후로 다가오는 총선에서 민심의 무서움을 보여줘야 한다.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열차와 같은 정부와 여당의 독주는 상대인 야당의 약체 때문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견제와 협치를 통한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강한 야당이 필요하다. 침체의 늪으로 점점 빠져가는 위기의 경제, 뻔뻔스러운 거짓말로 국민을 얕잡아보는 집권세력의 후안무치(厚顔無恥)로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대 이하로 곤두박질 칠 전망이다. 이 현상이 더 지속되면 큰일이다. 대내외 여건과 맞물려 나라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황교안 대표가 몸을 던져 나라를 구할 용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그간 꾸준히 제기 되어 왔던 “리더십이 약하다”라는 세간의 평도 지난 번 목숨을 건 단식투쟁으로 불식시키지 않았던가.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처럼 자신을 던졌을 때 기적이 일어날 것으로 확신한다. 어쩌면 황대표가 보수 대통합의 빅 텐트를 치기 위해 ‘백의종군’의 십자가를 매야 할지도 모른다. 이해가 맞물린 각각의 정치세력을 하나로 묶는다는 게 지난한 과제라 하더라도 자신을 불태워버린다면 불가에서 소신공양(燒身供養)으로 성불하듯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 이제 이것저것 재고,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통 큰 리더십으로 이 빅 텐트에 모두 모이게 해야 한다. 황대표의 비움의 결단이 자유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는 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하늘은 큰 희생을 한 사람에게 더 큰 짐을 안겨준다. 이것은 어쩌면 황교안 대표에게 주어진 숙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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