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트리플 위기
지방대학 트리플 위기
  • 승인 2020.01.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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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사회2부장
지방대학의 위기가 현실화 되고 있다. 벌써 위기를 넘어 동반 부실로 인한 좀비 대학들의 퇴출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왔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때부터 거론돼 왔지만 이젠 학령인구감소로 대학 및 일부 학과의 미달사태가 가시화되고 있고 등록금 장기 동결(12년째)로 지방대학의 재정상태는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리플악재가 본격화 되고 있는 것이다.

2020학년도 대입에서 205개 4년제 대학의 정시경쟁률은 4.6대 1로, 전년도 경쟁률(5.2대 1)보다 하락했다. 수도권 대학(2019학년도 6.5대 1에서 올해 5.6대 1), 지방대(4.5대 1에서 3.9대 1) 모두 평균 경쟁률이 떨어졌다. 특히 수험생들이 정시모집을 1인당 3회까지 지원할 수 있는 것을 감안(회전율 포함)하면 경쟁률이 3대1인 곳은 미달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올해 수능 응시자 수가 48만4천737명으로 1년 만에 4만5천명 가량 줄었는데도 충격이 이 정도니 앞으로는 거의 아비규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고3학생은 지난해보다 7만명이 줄어들고 2024년에는 12만4천명이 급감한다. 즉 2024년에는 수험생수가 40만명(37만 3천470명)밑으로 떨어진다. 현재 대학들의 입학모집 정원(49만7천470명)을 감안하면 단순수치로 입학정원이 4천명 규모인 대형대학 30곳이 학생을 한 명도 받지 못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대학마다 각종 장학금 혜택등을 내세우며 학생모집에 사활을 걸테니 수도권 주요대학, 지방 국립대 및 상위권 사립대, 전국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전문대를 제외하고는 대량 미달사태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은 명약관화하다.
입학자원 감소로 학생모집이 어려울 경우 지방대학의 재정난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지금도 상당수 지방대학의 운영은 등록금 수입(80~90%)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학생수가 줄어들 경우 수입이 급감하는 대학들의 교육환경이 좋을 리는 만무하다.

대학마다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겠지만 노조의 압박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교수와 직원들의 연봉은 삭감되거나 동결되고 학생들은 정부장학금을 제외하고는 질낮은 교육환경에서 학업을 해야할 상황이다.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 일반 기업이었으면 벌써 문을 닫아야 할 부실대학들이 명맥을 유지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이 아니라도 1억~수 억원에 달하는 조그만 정부지원 사업을 따면 명맥을 유지할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정부지원사업을 못 받는다고 하더라도 낮은 교직원 임금과 부실한 교육환경으로 버틸때까지 버틴다는 생각을 가진 대학도 있다. 이 시점에서 지역 A대학 관계자의 얘기는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중하위권 4년제는 말할 것도 없고 중하위권 전문대의 경우에도 교수를 하려는 사람은 줄을 섰다는 것이다. 연봉은 불과 2천만~3천만원도 되지 않지만 집안이 부유하거나 교수라는 그럴듯한 타이틀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늘 교수지원자들의 원서는 수북히 쌓였다는 것이다. 적은 연봉과 오랜 교육시설을 그대로 두고 학생을 모집할 경우 버틸수 있는 기간은 일반인들의 예상보다 길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받아야 할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이다.

지방대학의 퍼펙트스톰이 현실화되는데 오랜 시간이 남지 않았다.

지방대학의 동반부실을 막기 위해서는 사고의 유연성을 가져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대학설립자나 재단이 학교운영을 그만두거나 폐교를 하려고 할때 설립 당시 비용 중 일부(10~20%)를 줘 스스로 문을 닫을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할 시점인 것 같다. 대학을 설립한 후 자녀나 친인척을 교직원으로 채용하거나 오랜기간 정부지원사업이 투입됐기 때문에 재단설립자에게 빈손으로 나가라고 하면 누가 순순히 손털고 나가겠는가.

대학발 위기상황이 닥쳐오면서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설립당시 비용의 일부를 반환받을 수만 있다면 대학 운영을 그만두겠다는 설립자들이 꽤 있다고 한다.

중소도시의 대학이 폐교될 경우 인권 상권 위축 및 인구 감소등으로 선뜻 칼을 대기 힘든 부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화 현상, 학령인구감소, 재정난으로 트리플 위기를 맞는 지방대학들의 동반부실을 막기 위해서는 부실대학들이 스스로 그만둘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는 정책도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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