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덩이
천년도 누워있을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하느님이 만드신 첫째 날 빛마저도
격리할 수 없는 견고함
밤과 낮의 나뉨이 전무하고
터와 터의 경계도 짓지 않고
다시 천년이 평화로울 수 있는
공존의 지대
짓누르는 중력이 버거워도
몸뚱이 하나 누일 수 있다면
번뇌도 없고 고뇌도 있을 리 없는
해탈한 석가들
욕망이라곤 그저
존재하기 위한 소박한 밥상과
종족 보존과 진화를 위한
사소한 성욕에 더불어
꼼지락거릴 수 있는 자유뿐
누가 간섭하지 않았음
또 다시 천년도 평화로울
치고, 박고, 소멸도 없는
태초부터 신이 부여한 자리
돌덩이를 들춰보면
지렁이 쥐며느리 돈벌레가 함께
시를 쓰고 있다.
◇김연창= 1964년 경북 상주 출생. 시인 및 생태운동가, 초암논술아카데미 대표역임. 경남 함양 녹색대학 교수역임. 낙동강문학 심사위원.
<해설> 자연이 쓰는 시는 순수하다. 그 내면의 내포가 무한으로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 돌덩이가 쓴 시는 실상무루의 경지에다 모든 군더더기를 초탈한 것이기에 그러하다. 자연은 어디까지나 순백의 바로미터 그 자체인데, 그기에 인간들의 욕망이 개입하는 순간에 온갖 설명과 사족과 군더더기가 기어 나와 제 그리마와 지렁이 등을 죽이는 정체불명의 어긋버긋한 시들이 판침을 화자는 통렬하게 질책하는 한편 원초적 시론이야말로 우리가 써야할 당면 과제임을 제시하고 있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