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올림픽’ 또 ‘오지랖’ 소리 듣지 않아야
‘남북 올림픽’ 또 ‘오지랖’ 소리 듣지 않아야
  • 승인 2020.01.2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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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그저께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 추진계획’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수조원의 예산이 소요될 올림픽 개최를 국민적 합의도 없이, 그것도 북한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북한 개별관광에 이은 북한을 향한 일방적 구애이다. 그렇지만 남북 공동 올림픽도 성사되기가 어려울 전망이어서 정부가 또다시 북한으로부터 ‘오지랖 넓다’는 비아냥거리는 소리만 들을 것 같다.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유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안이기는 하다. 지난해 2월에는 남북한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올림픽 공동유치 의향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 간의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의 ‘한국 패싱’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남북 간에는 협의 채널이 닫힌 상태이다. 우리 정부의 올림픽 공동 개최에 대해서도 북한은 말 한 마디 없다.

더욱이 정부는 올림픽 공동 개최를 의결하면서 사업의 타당성 조사도 생략했다. 기획재정부 훈령에 따르면 총사업비 50억원 이상의 국제행사를 유치·개최할 경우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올림픽 공동 개최가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조원이 소요되고 대북 제재라는 국제사회의 분위기와도 역행하는 사업을 정부가 너무 서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가 성사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도 한국 정부의 공동 유치 구상을 비현실적이라며 ‘그림의 떡’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올림픽 공동 개최를 제의했지만 북한은 이 문제를 거론도 않은 채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라며 무시했다. 국제사회도 문 대통령의 대북 제의를 북한이 걷어찼는데도 ‘한국 정부만 못 들은 척 한다’고 비판했다. 우리도 같은 생각이다.

정부의 나이브한 판단처럼 공동 올림픽이 개최된다면 북한이 어느 정도 개방될 것이라는 기대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에 응할 리가 없다. 또 응한다 하더라도 지난해 남북 월드컵 축구 예선전을 생각하면 결과는 뻔하다. 관중도 없고 TV 중계도 없고 응원도 없는 ‘한 번 도 경험하지 못한’ 올림픽이 될 것이다. 경기 시설 건설비용 등 결국 줄 것만 주고 이용만 당하는 올림픽이 된다. 왜 북한에 주지 못해 안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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