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에도 책상머리 지켜주고
행여 내가 잠들면 초병처럼 기다리다
새벽잠 깨어나면 가장 먼저 눈 맞추는
다정한 친구라네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
한결같은 마음으로 쉼 없이 달린다
수많은 별밤도 지칠 줄 모르고
가는 세월 잡지도 못하는 철부지야
새벽을 만들고 아침을 맞으며
또 하루 세월이란 단어로 엮어가다 보니
꽃다운 청춘도 흰서리로 물들어 놓았네
쉼 없이 세월만 쌓아가는 마술사
멈추지 않는 벽시계가
오늘따라 멀어져간 임처럼 야속하기만 하다
◇김창석= 경북구미 출생인 작가는 아시아문예로 등단했다. 현재, ‘아시아문예’ 대구지사장으로 활동 중이며 ‘홍익출판사’ 대표를 맡고 있다.
<해설> 세월의 덧없음을 벽시계에 인입하여 자신의 고뇌를 묘사함으로써 시의 정감미를 획득한다. 벽시계 등짝에 세월이 목말타고 먼 곳으로 떠나지만 때론 벽시계를 홀로 두고 세월 제만 가기도 한다. 이 지구상에서 세월은 무한이지만 벽시계와 우리 인생은 유한이다. 저 세월처럼 무한이면 고독이나 외로움은 없다. 한데 우리의 인생은 유한이기에 아쉬움과 고통과 슬픔이 빗줄기처럼 내리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 한단지몽(邯鄲之夢)의 비애미가 가슴을 적신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