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평가는 무엇인가
진짜 평가는 무엇인가
  • 승인 2020.01.2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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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이따금씩 ‘진짜 우리 아이를 평가해 달라’는 학부모의 질문을 받곤 한다. 학생의 학습 과정 전반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게 되는 과정중심평가 체제에 들어서면서 한 학기에도 몇 번씩 평가 결과지가 나가게 되었음에도 이러한 궁금증들은 여전하다. 이러한 질문은 내 아이에게 부여되는 서술형의 평가 결과가 ‘시원스럽지 않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그래, 도대체 우리 아이가 반에서 얼마나 잘하는지, 소위 몇 등인지 명확하게 알고 싶다는 말이다. 학부모의 심정 역시 충분히 이해는 된다. ‘이런 걸 잘하고, 저런 걸 할 수 있다’는 둥의 말들로는 지금 내 아이가 학급에서 어느 정도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알기 힘들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평가가 유효한 시대가 아니다.

교육평가는 학자마다 몇 가지 다른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교육에 대한 목표를 달성하였는지 유무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교육적 목표 달성에 이르기까지 일어나는 다양한 학습 과정에 대한 정보 제공, 가치의 판단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교육평가의 근본적인 목표이다. 이미 이러한 확장적 정의를 통하여 우리는 평가가 사실 목표가 도달되었는지 여부만을 가리기 위하여 학생들의 수행을 지켜만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과정중심평가’라는 말 자체에서도 이제는 과거 실시되었던 학업성취도평가 등에서 중시했던 학습도달의 성취 결과가 평가 대상의 전부가 아님을 이해하여야 한다. 과정중심평가는 학생 간의 상호작용, 사고, 행동변화 등을 평가의 대상으로 확장시킨다. 그러면서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기제로 평가를 활용하는 것이다. 평가의 방법 역시 교사평가 외에도 자기평가, 상호평가 등이 다각적으로 이루어진다. 수업 중에 학습의 과정을 평가하고, 이를 학습에 반영하는 평가이기에 학생의 배움에 도움을 주는 ‘개선을 위한, 학습으로서의’ 평가다. 인지적, 정의적 영역이 모두 강조되고 탐구, 토론, 문제해결 과정이 중시된다. 기존의 그저 구분 짓기 위한 단발성 평가가 아니란 것이다.

사실 정해진 시험범위에 대한 지식을 암기하고, 이 결과로 점수나 석차를 내는 것이 진짜 지식일 리가 없다는 것을 학부모도 물론 알고 있다. 이것이 현재의 대입제도와 맞는 것인가 하는 걱정이 학부모를 시대착오적인 평가를 요구하도록 내몰고 있다. 사실 학생의 발달 과정이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과정중심평가가 현재 초·중·고등학교에서 공통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대학 입시는 교육의 변화를 반영할 수밖에 없기에 점차는 대입 역시 이러한 평가로 학생들을 평가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인식 체계에서는 아마도 대입전형과 관련한 교육개혁만이 과정중심평가의 온전한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과정중심평가가 학교나 가정에서 소위 ‘눈치 보기’를 하고 있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지금도 좋은 수능 성적, 좋은 대학이 무조건적인 성공을 보장하지만은 않게 되었다는 결과들이 사회 현상으로 조금씩 드러나고 있기는 하다.

여하간 객관적인 지식이 중시되었던 사회는 이미 지났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창조기반사회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을 과거 방식의 평가 잣대를 요구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지난 해 실시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에서도 역시 우리나라의 미래 초·중등학교 교육평가의 방향을 ‘학습 과정과 성장을 돕는 평가’, ‘개인 맞춤형 평가’, ‘과학기술 활용 평가’로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그러한 평가가 유효하다는 것은 교육자가 아닌 누구라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미래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는 그에 걸맞은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학년 말인 2월, 대부분의 학교는 학생들에게 한 해에 대한 평가 결과를 통지한다. 학부모가 과정중심평가의 결과를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작정 좋다는 내용이 아니라 어떠한 학습의 과정에서 학생의 태도가 어떠했으며, 그 학생만의 강점이 드러난 부분을 서술하는 학습의 총괄적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충분한 서술이 부족하다면 내 아이가 학습의 과정에서 어떠한 부족한 점을 채우면서 지나왔는지, 내 아이의 탁월한 학습의 장면은 어떤 부분이었는지 담임교사와 상담할 수도 있다. 과정중심의 평가 결과들을 허투루 받아들이지 않고, 아이의 능력을 살리는 출발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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