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헤어지며 악수를 나누었다
아주까리 잎사귀 같은 정교한 손을
희고 고른 이를 드러내면서
오래오래 놓지 않았다
우리는 만났을 때도 그랬다
별고 없었는지,
천금 같은 몸은 어떤지를 물었다
‘염려 덕분에요’
유장한 물길처럼 흘러가면서 나는 새삼 생각하였다
내 안녕의 근원, 그 출처와 까닭은
지금 내 손을 흔들고 있는 바로 이 사람의 덕분이라는 생각,
만나면 버릇처럼 안부를 물었던 사람들
그 하나하나의 지극한 눈빛들
정말로 당신의 덕이구나, 당신들의 덕이구나
눈을 송곳처럼 한 곳에 박고 줄달음치면서
줄달음치면서도 넘어지지 않은 것은 당신의 덕이구나
돌아오는 밤길에는
골목마다 외등이 켜지고
앞길이 환해져
우리는 서로 덕분임을 명심하며 걸었다
아무 걱정이 없었다/
까닭 없이 울컥하였다
◇이향아= 1938년 충남 서천 출생으로 1963년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 동년도 전주기술전문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1966년에 현대문학에 찻길, 가을은, 설경으로 등단을 하면서 시인 활동을 시작. 1983년에는 본교인 경희대학교로 돌아가 강사로 활동한 뒤에 1987년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해설> 함께 사는 세상에서 아름다운 동행은 그 누군가의 출처와 까닭이 내 안녕의 근원이라는 화자의 진솔한 내면의 외표가 엿보인다. 그와 동시에 삶이란 어울려 사는 것의 총체적인 안녕을 기원하면서 때론 무미건조한 일상이 오히려 까닭 없이 가슴을 울컥거리게 한다는 화자.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왜 시기와 질투가 없겠냐마는 어찌 보면 이 또한 동행의 바로미터가 아니겠는가. 뭔가 모를 시감이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읽을 만한 시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