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카페, 질병 전염 위험 ‘무방비’
야생동물카페, 질병 전염 위험 ‘무방비’
  • 정은빈
  • 승인 2020.01.29 21: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 64곳 등록…최다 종 ‘라쿤’
사람 전파 가능 병원체 20종 보유
대구 중구 위치한 라쿤애견카페
개체 수 적어 전시시설도 미등록
대구시 “점검 가능한 곳 제한적”
야생동물
대구 중구 한 동물원에서 전시 중인 프레리도그. 정은빈기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여파로 국내 야생동물 전시·체험시설 관리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우한 폐렴 원인으로 야생동물 식문화가 지목된 탓이다.

29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에는 모두 7곳이 동물전시시설로 등록돼 있다. 업소별로 보유한 동물은 수달·프레리도그·친칠라 등 11~78종 39~944개체(총 2천158개체)다. 이 중 대구 동구·중구 각 1곳은 동물을 만지면서 음료나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체험형 카페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휴메인벳’이 조사한 결과 전국 야생동물카페는 64개소로 나타났다. 이 중 12곳을 방문하자 8개소(66.6%)가 식·음료 공간과 전시 공간을 분리하지 않았고, 예방접종증명서를 부착한 곳은 4개소(33.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9개소(75%)는 매장 안에 손 소독제를 비치했지만 이용객 자율에 맡기고 있었다.

최다 보유 종인 라쿤(36개소, 56.2%)은 광견병 등 병원체 총 20종을 사람과 동물에게 전파할 수 있는 동물이다. 국립생태원이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라쿤이 매개할 수 있는 기생충은 톡소플라스마·선모충감염병 등 10종, 세균은 탄저·브루셀라감염병 등 11종, 바이러스는 광견병·진드기 12종이다.

문제는 라쿤 등 야생동물을 보유하더라도 소규모인 경우 환경 당국의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점이다.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원을 가축 10종 이상 또는 50개체 이상 보유·전시하는 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대구 중구 한 카페는 라쿤을 보유하고 있지만 개체 수가 적어 대구시에 동물전시시설로 등록돼 있지 않다.

동물단체와 실무자들은 인수공통질병 전파 예방 차원에서도 동물원수족관법과 야생동식물보호법부터 개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소규모 동물전시·체험시설의 규제·관리 방안을 마련해 사람과 야생동물 간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웨어는 실태조사보고서를 통해 “야생동물에 의한 질병 위험이 우려되는 이유는 이들이 보균자로 기능하는 병원체와 이 병원체들이 인간에게 감염되는 병리에 대해 국내·외에서 알려진 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또 “사스(SARS), 메르스(MERS) 등 공중보건 위기상황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사람, 동물, 생태계의 질병을 따로 보지 않고 통합해 관리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원헬스(one health) 개념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동물전시시설로 등록된 곳만 대상으로 1년에 2회(상·하반기) 동물학대 등 금지행위와 안전관리 준수 여부, 방역·소독, 시설·장비 상태 등을 점검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점검을 나갈 수 있는 곳이 법적으로 한정돼 있다. 국회가 개정을 통해 관리 동물 종의 범위를 넓히고 법규 안에 들어오도록 해야 관리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