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좋은 일자리’를 찾아서
[박명호 경영칼럼] ‘좋은 일자리’를 찾아서
  • 승인 2020.02.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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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설 연휴기간 우리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4월 총선 그리고 경제회복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올해는 반드시 일자리 문제가 크게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민간일자리 침체가 워낙 심각했던 탓이다. 그런데 지난 연말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의 이목희 부위원장은 올해 고용여건이 지난해보다 불리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좋은 일자리’와 ‘괜찮은 일자리’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일자리’와 ‘괜찮은 일자리’란 어떤 것일까. ‘나쁜 일자리’라거나 ‘가짜 일자리’라는 말도 나왔다. 또 정치권에서는 진짜 일자리, 가짜 일자리 논쟁이 뜨겁다.

한마디로 ‘좋은 일자리’란 없다. 다만 사회적 평판이나 월급이나 복지혜택 등과 같은 경제적 측면에서 좋게 여겨질 뿐이다. ‘괜찮은 일자리’ 란 가능한 오래 다닐 수 있고, 높은 연봉과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겉보기에 좋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일자리’들도 숱하다. 그나마 그럴듯한 일자리도 많지 않고, 일자리가 있지만 외양상 만족스럽지 못해 기피하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고용개선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의 미스매치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학력이나 전공단위의 수급불일치에서 나타나는 양적 미스매치는 물론이고, 능력과 직무가 불일치하는 질적 미스매치도 큰 문제다. 여기에다 구직자 또는 심지어 그 부모가 당사자의 자격이나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직장이나 직무를 잘못 기대한 결과 나타나는 착시(錯視) 미스매치도 매우 심각하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개개인에게 알맞은 일자리가 가장 ‘좋은 일자리’다. 관심, 재능, 가치라는 관점에서 자신에게 딱 들어맞는 일이 좋은 것이다. 또, 같은 일자리라도 일하는 사람의 일에 대한 태도에 따라서도 그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현대경영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성전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석공을 예로 들어 사람이 일하는 목적을 설명하였다. 석공에게 왜 이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첫 번째 석공은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힘들게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두 번째 석공은 자신이 지닌 기술을 맘껏 발휘하기 위해 돌을 다듬고 있다고 했다. 세 번째 석공은 자신이 하는 일은 거룩한 성전을 짓는 일이라고 답했다. 사람들이 일을 대할 때 보이는 뚜렷이 다른 세 가지 태도이다.

사람들은 일을 생계의 수단으로만 보기도하고, 또 직업을 통한 자기성취의 기회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이는 일을 특정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고유한 보상을 품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더 높은 가치 혹은 나 자신보다 더 큰 무엇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 바로 소명감이 그것이다. 이처럼 일의 본질은 그대로이지만 일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그 일이 좋은 일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핵심은 다른 사람들이 그 일에 부여하는 가치가 아니라, 그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가다.

가장 좋은 일을 찾으려면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에 답하고 최선점을 찾아야 한다. 먼저, 이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인가. 둘째, 나는 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능력과 자원을 지니고 있는가. 셋째, 이 일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가. 결국, ‘나는 무슨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는가?’에 대한 해답을 절실히 고민할 때 좋은 일자리를 찾게 된다. 『목숨 걸고 일한다』의 저자 오카노 마사유키는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를 모토로 ‘오카노 공업’을 초일류미니기업으로 일구었다.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그는 물리학자들도 불가능하다고 한 ‘맞아도 아프지 않는 주사바늘’을 개발하였다. 또 세계 제일의 딥 드로잉(deep drawing) 기술로 일본 소니, 히타치, 마쓰시타는 물론이고 미국국방성과 NASA로부터도 주문을 받았다. 그가 강조한 것은 ‘목숨 걸고 일하는 자세’다. 그냥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일에 가치를 더하려고 목숨 걸고 부단히 노력한 것이다.

신년 벽두에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가 향후 10년간 전 세계 대학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며 교육과 일자리의 변화를 강조하였다. 10년 후에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사람은 평생 8개에서 10개까지 직업을 바꿔가며 일하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이제 국가나 개인 모두가 직장과 직업을 바라보는 관점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좋은 일자리와 괜찮은 일자리는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 분명하다. 진짜 일자리와 가짜 일자리도 없다. 단지 각자에게 알맞은 일자리가 있을 뿐이다. 비록 취업절벽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내게 알맞은 ‘좋은 일자리’는 반드시 있다. “모든 직업은 신 앞에서 반드시 평등한 가치를 갖는다.”라고 한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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