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여직원에 ‘살찐다, 그만 먹어’ 발언하면 성희롱?
상사가 여직원에 ‘살찐다, 그만 먹어’ 발언하면 성희롱?
  • 승인 2020.02.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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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에서 근무하는 A씨는 출장을 다녀온 것처럼 70여 차례 꾸며 출장비를 타내고, 여직원을 성희롱했다는 등의 징계 혐의로 해고됐다. 위 사건에서 음식을 먹으려는 여직원에게 ‘그만 먹어라, 살찐다’라고 하거나, 자신의 옛 애인을 거론하면서 ‘그 호텔 잘 있나 모르겠다’고 말한 내용에 대하여 재판부는 ‘A씨가 살찐다는 등
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외모에 관한 말을 수차례 반복적으로 했고,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직원이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할 만큼 그 정도가 가볍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옛 애인 이야기는) 하급자에 대한 지도·감독 과정에서 용인되는 수준을 벗어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하고, ‘여직원에 대한 살찐다는 말을 신체에 대한 조롱 또는 비하로 느꼈던 것으로 보이고, 옛 애인과 호텔 등의 이야기에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으로 각종 언론기사에 언급되었다.

위 판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남성들은 여직원에게 아무말도 하지 말자, 여직원이 남자 직원이나 동료에게 ‘배 나온거 봐, 그만 좀 먹어라’하면 성희롱이 되느냐, ‘아저씨 같아요, 남자가 왜 이렇게 쪼잔해요, 남자가 그것도 못해’라는 것도 성희롱이냐, 이제부터 여직원을 쓰지 맙시다 라는 댓글을 올리고, 중립적인 입장은 ‘상사 앞에서 못할 말은 부하직원에게도 하지 마라. 그게 바로 권력을 업고 행사하는 갑질’이라고 글을 올렸다.

양성평등기본법에 “성희롱”이란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또는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로 정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에는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법률적으로 의미있는 성희롱 개념은 일반적인 사회생활이 아닌 직장이라는 특정한 관계에서의 성적 굴욕감을 느끼는 발언을 의미한다.

위 판결 내용을 검토하면 판사가 여성을 어떤 대상으로 보는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그만 먹어라, 살찐다”는 표현은 성희롱이라기 보다는 모욕행위에 가까울 것 같다. 살찐다는 말을 들으면 남녀를 불문하고 성적인 모욕감 보다는 인격적인 모욕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판결에서 ‘살찐다’는 표현을 성희롱으로 판단하였다면 그 판결을 한 판사의 시각은 ‘날씬한 여자 = 성적 매력 있는 여자’, ‘살찐 여자 = 성적 매력이 없는 여자’ 라는 도식에서 이를 성적 언동 내지 성적 굴욕감으로 안긴 언동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판결을 내린 판사의 여성에 대한 인식이 적나라하게 난다. 추측컨대 위 판결에서 판사는 ‘살찐다’는 ‘신체에 대한 조롱 또는 비하적인 언동’으로 ‘성희롱’과 별개로 판단하였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언론이 판결문 내용을 오인하거나 또는 기사 열독률을 높이기 위한 무리한 제목달기를 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살찐다’는 표현은 성희롱이 아닌 단순한 모욕행위로서 이를 여러 가지 성적인 언동과 함께 해고 사유로 삼았어야 마땅하다는 점에서 기사가 언급한 것처럼 ‘살찐다’는 표현을 성희롱으로 2심이 판단하였다면 다른 사유를 종합하여 해고가 정당하다는 결론은 타당하지만 그 결론의 이유는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직원을 상대로 함부로 말하기 곤란한 세상이므로 여직원을 뽑지 않고 남자직원만 뽑으면 어떨까? 그러면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의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규정 위반이 된다.

직장 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상사에게 하기 힘든 말은 남녀를 불문하고 부하직원들에게도 함부로 말하지 말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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