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경로조차 파악 안되니
이제 정말 위험해진 것 같다”
음식점·카페 등 자영업자들“매출 더 줄어들라” 전전긍긍
“몸이 아파도 병원 가기 겁나”
대면접촉 기피 더 심화 전망
18일 대구에서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여·61)가 발생하자 시민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여가 지난 가운데, 해외여행 이력이나 확진자와의 접촉 이력 등이 불명확한 환자가 나오면서 소강 상태에 들었던 시민들의 감염 불안과 함께 방역당국에도 비상이 켜졌다. (관련기사 참고)
주부 이혜란(43·대구 수성구 범어동)씨는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그래도 대구는 청정지역인 것 같아 경각심이 덜 했는데 이제 정말 위험해진 것 같다”며 “감염 경로조차 제대로 파악이 안 되니 이러다 문어발 식으로 유행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대구 첫 확진자가 최근 2주간 수성구지역 병원, 남구 신천지 대구교회, 동구 호텔 등 대구 곳곳의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하고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2, 3차 감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컸다. 입원 중이던 지난 9일과 16일에는 남구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2시간씩 예배에도 참여했다.
15일에는 지인과 동구에 있는 퀸벨호텔 뷔페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당시 경북 성주군 공무원 50여 명이 31번 환자와 같은 공간에서 식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동료 공무원의 결혼식에 참석차 방문했다.
지난 6일 교통사고를 당한 그는 다음날 직장에서 퇴근한 뒤 수성구 범어동의 새로난한방병원에 입원했다.
대구 한 유통업체에서 근무하는 현모(26·대구 서구 평리동)씨는 “확진자가 인근 주민이라 더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이동 경로도 너무 넓다”며 “공개된 동선 이외에도 본인이나 가족들이 동네 여기저기 돌아다녔을 것 같은데, 왔다갔다 하면서 벌써 전파가 된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외식업계도 매출 타격을 면치 못 할 것이라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대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신모(여·36)씨는 “코로나 사태로 주말 매출이 30% 정도는 떨어진 것 같은데 이제 확진자까지 나왔으니 정말 큰 일이다”며 “3~4월 나들이 시즌까지 확산세가 이어진다면 영세 사업장은 거의 죽는 거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당분간 대면 접촉을 꺼리는 행태도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몸이 아파도 병원 가기가 꺼려진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서지승(63·대구 동구 봉무동)씨는 “평소 면역력이 약해 이런 전염병이 돌 때는 아무래도 병원 가기가 겁이 난다”며 “당분간 외출이나 모임은 자제하고, 큰 일이 아니면 병원 진료 대신 약을 먹는 편이 낫겠다 싶다”고 했다.
31번째 확진자가 교통사고로 입원 중 외출해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다대오지파 대구교회(신천지 대구교회) 종교 행사에 참석하거나 퀸벨호텔 뷔페에서 식사한 사실이 알려지자, 병원에서 환자 관리를 허술하게 해 불특정다수와의 접촉 가능성을 키웠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대구에 사는 직장인 최모(30)씨는 “가뜩이나 사고로 입원 중인 사람이 수시로 외부로 나다닌 것 자체가 소름돋는다. 수백, 수천 명이 모이는 종교 행사나 예식장 뷔페에 방문한거면 거의 전파된 게 확실하다고 본다”며 “사고로 얼마나 다친 줄은 모르겠지만, 이번 기회에 이런 ‘나이롱 환자’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구시에 따르면 31번째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에 있는 직장 본사를 방문했다. 서울과 대구를 오갈 때는 SRT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A씨는 대구 동구 한 오피스텔에 있는 C클럽이라는 직장을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