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였던 세계경제가 또다시 출렁이고 있다. 이들 국가의 위기는 이미 예상됐던 사항이라 그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방만한 재정운용과 도덕적 해이, 사회정치적 부패와 갈등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 것인지 우리로선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 푸어스(S&P)는 심각한 재정적자를 이유로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정크본드등급인 BB+로 3단계나 떨어뜨렸고 포르투갈도 A+에서 A-로 2단계나 신용등급을 낮추었다.

이 때문에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환율이 급등했던 점을 감안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유로화 가치가 폭락하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으로 충격을 받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각국의 재정상태가 국가 신용도 평가의 주요 요소로 부각되면서 재정위기에 직면한 국가의 취약성이 세계적인 금융 불안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번 그리스 포르투갈의 신용등급 하락이 재정적자가 심각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여타 남유럽 국가들로 확산될 경우 유럽 발 금융위기가 일어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세계경제는 지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또다시 새로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가 당장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되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들 국가와 관련된 금융거래가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추가 자금지원 등으로 신속하게 수습에 나서고 있는데다 유럽 각국도 재정위기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이미 두 차례 위기로 적지 않은 고통을 겪은 우리로서는 유럽발(發)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에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특히 정부는 남유럽 사태를 교훈 삼아 재정건전성 높이기에 전력을 투구해야 한다. 정부가 새해 예산 편성 시에 재정건전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재정운영을 긴축기조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이는 우리가 바라던 일이다.

이러한 노력이 실효를 거두려면 무엇보다 정치권과 정부가 선심성 지출사업을 대폭 줄이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우리는 정부와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행위가 나라경제를 후퇴시킨 예를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이번 그리스사태도 마찬가지다. 전력을 기울여 회복시켜놓은 나라경제를 다시 수렁에 빠지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