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지역 ‘대세론’에 편승
무소속 잇단 사퇴·민주 부진
코로나로 대면운동 제약 한몫
4·15 총선이 불과 1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수 표심이 유독 강한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이른바 ‘표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흔히 ‘밴드왜건(Band Wagon) 효과’ 또는 ‘편승효과’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정치나 선거에서 ‘대세론’을 따라가는 표심을 일컬을 때 주로 쓰이고 있다.
보수유권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TK 지역 정서상 이번 총선이 ‘문재인 정부 심판론’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 심판=통합당 지지’ 등식이 표 쏠림 현상의 가장 큰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TK 지역에서 현재 격전지로 분류할 수 있는 곳은 손꼽을 정도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통합당 주호영 후보가 5선 고지를 놓고 용호상박 결투를 벌이는 대구 수성갑과 통합당 이인선, 민주당 이상식, 무소속 홍준표 후보가 격돌하는 수성을이 초박빙의 혼전양상을 벌이며 빅매치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현역 의원이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북갑과 달서갑, 또 달서병 정도가 격전지로 분류할 정도다. 경북은 격전지로 분류할 만한 곳을 꼽기가 어려울 정도로 통합당 후보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TK 지역 일부 격전지를 빼면 당선 유력 후보와 나머지 후보들 간의 격차가 많이 벌어져 다소 싱거운 선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통합당 후보들이 크게 앞서나가는 판세가 조성되고 있어 심지어 TK 25개 전 지역구를 통합당이 싹쓸이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무소속 후보들의 약진이 생각보다 부진한 것도 표 쏠림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구의 홍준표(수성을)·정태옥(북갑)·곽대훈(달서갑) 후보 정도만 통합당 후보들을 위협할 정도이지 나머지 후보들은 맥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31일, 북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주성영 후보가 토론회에서 돌연 후보직 사퇴의사를 밝혔고 수성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진훈 후보도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1일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또 동을에 출마한 송영선 후보가 윤창중 후보에게 무소속 후보 단일화를 제의할 정도로 무소속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북도 일부 후보들만 통합당 후보들을 위협할 정도이지 좀처럼 무소속 바람이 크게 불지 않아 힘겨운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중도 포기하는 무소속 후보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TK 민주당 후보들의 부진도 표 쏠림 현상에 한몫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김부겸 후보만 선전을 하고 있을 뿐 나머지 후보들은 통합당 후보들에게 고전중이다.
또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선거 분위기가 뜨지 않은 점도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예년 총선 같으면 뜨거운 선거 분위가 형성돼 다소 약세인 후보들도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수 있었지만 현재는 대면선거가 사실상 제약을 많이 받고 있어 어려운 실정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은 코로나19 사태로 다소 맥빠진 분위기 속에 조용하게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며 “올바른 선거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대세론에 편승한 맹목적 표심보다는 인물과 정책을 통해 제대로 된 일꾼을 뽑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윤정기자 yj@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