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그 슬픈 날로부터 이 땅을 거쳐 저 중국대륙까지 벚꽃이 만발했다-
축제가 한창이다
4월의 잔인한 날에
섬나라에서 시작된 피의 축제
침략의 핏빛 축제는 세월 속에 분홍빛으로 희석되고
마침내 새하얀 꽃잎이 되었다
축제의 끝에서 벚꽃에 대한 슬픔에 잠긴다
동아시아 전역으로 확산시켜야 될 꽃잎
월계관으로 남아있어야 할 꽃잎
USA와 버금가는 나라의 꽃잎이나 되지
한철 축제 속에 지고 마는 슬픔이여
꽃잎이여 참으로 새하얀 꽃잎이여
지고 있는 꽃잎에 애도를 표한다
꽃잎이 하도 슬퍼 애도에 잠긴 나에게
톱 들고 뭐하냐며 뒤통수를 한 대 갈기곤
바람처럼 꽃놀이나 가자고 한다
------------------------------------------
1965년 경남진해에서 태어나, 현재 마산에서 詩作활동중. 낮은 시 동인. 한국시민문학협회 회원, 현) 시민문학 연구위원
인간은 본성대로 꽃을 좋아한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벚꽃 역시 그들의 본성을 빼닮았다. 무궁화처럼 한꽃이 떨어지면 다른 꽃이 또 피어나는 끈질긴 습성이 도무지 없다. 하나의 깃발아래 일체로 피었다가 단 나흘 만에 일체로 떨어져 버리는 가미가제다. 인간이 미워 톱으로 잘라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그건 사람이 지어낸 이야기, 꽃은 그저 아름답고 즐기면 그만이다.
-해설 김연창 시인-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