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개학의 최소화
등교개학의 최소화
  • 승인 2020.05.2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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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코로나19 사태로 5번이나 연기된 등교개학이 80일만인 20일 고3을 필두로 순차적으로 시작되었다. 무증상 감염이 높은 코로나 19사태가 완전히 종식되지 못한 상황에서 혹시 발병할지도 모르는 집단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등교개학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교육부는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냥 등교를 미룰 수 없고, 더욱이 가을에 대유행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45만 명 고3 학생들의 상급학교 진학, 사회 직업 진출의 길을 무한정 유보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꼭 해야 할 일이고 피해갈 수도, 시기를 무작정 미룰 수도 없는 일인 만큼 등교수업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이해와 양해를 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왜냐하면 우리의 교육현실이 오로지 대학입시에 달려있는 인문계 고3의 경우에는 대학입시 일정에 변화가 없는 한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특성화고의 경우에는 실습을 통한 자격증취득을 위해서, 그리고 맞벌이나 한부모가정에서는 가족의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으로 인해 자녀 돌봄이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일각에서는 등교개학을 둘러싸고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학부모들 간에 찬·반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즉 대학입시가 얼마 남지 않은 고3 학부모들은 지금의 상황이 지속되면 올해 자녀들의 대학입시는 망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맞벌이 부모들은 더 이상 자녀 돌봄을 위해 직장에서의 휴가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등교개학에 찬성하는 반면, 그러한 입장에 처해 있지 않은 학부모들은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등교개학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실례로 싱가포르나 프랑스와 같이 등교개학을 하였다가 집단감염이 일어나 다시 학교를 폐쇄한 해외의 경우와 지난달부터 등교한 고용노동부가 관리하는 서울의 한 직업전문학교에서의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학교폐쇄 등등을 볼 때 등교 후 학생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조용한 전파자가 될 우려는 너무나 크다는 것이다. 이에 등교개학을 미루어 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답변 요건인 20만 명을 초과하였지만 답변은 교육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원론적인 답변이 나올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가 있다.

등교개학을 함에 있어서 학부모 · 학생들의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고3을 시작으로 등교개학이라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정부와 교육당국은 등교개학후 학교에서의 안전한 방역은 우리 사회가 일상과 방역의 조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의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모든 학교에 열화상 카메라나 손소독제, 마스크 등등 방역에 필요한 비품과 유사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 등 하드웨어적인 요소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갖추어 놓았고, 운영에 있어서도 고3을 제외하고는 격주제 · 격일제 등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활용한 수업운영 방법을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혈기 왕성한 학생들이 어떻게 방역의 기본을 철저히 지키게 지도하고 이에 따르도록 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즉 학교에서의 집단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학생들이 반드시 등교 전에 건강자가진단을 제출하고, 몸이 아프면 절대로 등교하지 않으며, 교실에 들어가서는 바로 자신의 책상을 스스로 닦고, 학교 안에서 마스크는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착용하며, 30초 손 씻기를 생활화하는 등의 지침을 지키게 하느냐이다. 필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아무리 지침이 구체적이라고 하더라도 작금의 학교 현실에서 청소년기의 학생들이 얼마나 교사들의 통제에 잘 따라줄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백 수천 명의 학생 중 단 1명이라도 이를 지키지 않아 확진자가 나온다면 그 학교는 폐쇄되고 그 피해는 다른 수많은 학생들과 교사 나아가 학부모 및 지역사회로 전가되는 것이다.

비록 교육부에서는 등교시간을 학교의 여건에 따라 분산하여 학생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고3 이외의 학년은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여 격주간, 혹은 격일간 주1회 이상 등교 등의 여러 방법으로 학교 내 등교 학생들의 밀집도를 최소화시킬 것이라고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중·고등학교에서는 통제 불가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필자는 우리의 교육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등교개학을 한다고 하더라도 상급학교 진학을 앞둔 고3, 중3 그리고 수업에 있어 부모나 교사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초 1·2학년을 제외하고는 1학기만이라도 현재 교사와 교육당국의 피나는 노력으로 어느 정도 안정단계에 들어가고 있는 원격수업으로 마무리하는 투 트랙으로 진행하는 것이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부터 우리 학생들을 지키고, 학부모들의 우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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