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우
여자는 늘 상류를 응시하고 있다
차곡차곡 고이던 강물의 껍질이 무너져 내리고
수북한 허물 위로 새벽안개가 흐른다
한 겹 한 겹 습한 꿈을 벗어던지고
출렁거리는 수면 위에서 달빛이 여자를 품는다
內緣의 꿈이 촉촉하게 새벽 위로 번진다
끈적끈적한 타액이 온 몸으로 흘러내리고
숨이 막혔다
역한 냄새가 새벽을 덮는다
여자의 몸이 썩고 있다 시간으로 쌓아올린 바벨의 城에서
도시는 더욱 외롭고 사랑은 범람한다
자유를 가두고 빠져나온 달빛이 안개 위로 떠다닌다
깊이도 알 수 없는 밤마다
여자는 제 몸에 흐르는 달빛을 닦아낸다
그럴수록 더욱 더 짓누르는 안개의 무게
첨벙 첨벙 그리운 날은 가라앉고
체액 없는 살점들은 內緣의 관계 속에 생명을 잉태한다
안개 위로 이끼가 서린다
뻘 속에 자라고 있는 모태, 안개 위로 밀어 올리는 생명
달빛을 탄다
여자의 눈빛이 태초를 건져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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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경북김천産, 참글노동문학회. 한국시민문학협회 회원, 현) 한시문협 청백리문학 연구위원, 현) 낮은 시 문학회 회장
흐름도 없다. 격랑의 파고도 존재하지 않는 습지는 은밀하다. 더불어 태생의 비밀은 달빛 품은 밤이 오히려 타당하다. 언젠가는 무너질 환상일지라도, 끊임없이 위를 향해 솟아오르려는 본능을 끊을 수 없다. 늘 상류를 지향하는 여자의 본능과 일치한다.
-해설 김연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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