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넘겼나 했더니 또…힘 빠지네”
“고비 넘겼나 했더니 또…힘 빠지네”
  • 정은빈
  • 승인 2020.05.2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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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發 감염자 동선에 대구 동성로·달서구 대학가 ‘화들짝’
겨우 살아난 상권 다시 위축
상인들 “그야말로 벼랑 끝”
주민 “언제쯤 편히 나다닐까”
서울 이태원발(發) 감염으로 추정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2명의 동선이 공개되자 대구 중구 동성로와 달서구 대학가 일대 상인과 주민들은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1~22일 확진 판정을 받은 A(19·서울 관악구)·B(19·대구 달서구 이곡동)군 2명이 11~21일 열흘간 동성로의 코인노래연습장과 음식점, 만화카페, 달서구 대학로의 코인노래연습장, 편의점 등을 돌아다닌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특히 A군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편의점, 만화카페 등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참고)

24일 오후 1시께 중구 동성로 일대는 지난 주말과 비교해 한산한 분위기였다. 동성로 일대 상인들은 신천지 대구교회발 확진자 수 폭증 때를 떠올리며 “다시 가게들이 죽어 나가게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동성로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A(여·50)씨는 “그야말로 벼랑 끝”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확진자 동선이 알려진 이후 손님 발길이 눈에 띄게 감소하더니 지난 주말과 비교해 이번 주말에는 매출이 40% 이상 떨어졌다”며 “신천지 대구교회발 집단감염으로 큰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시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다고 하니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특히 고위험 시설로 꼽히는 지역 동전노래연습장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확진자가 다녀간 동전노래연습장과 같은 이름의 체인점을 운영하는 이모(여·52)씨는 “노래연습장 방이 40개 인데, 하루 4개 방 정도만 운영되고 있다. 지난 주말과 비교해 4~5배 이상 고객이 줄어든 셈”이라며 “금요일(22일)에는 확진자 동선 안내 문자를 받고 노래를 부르던 중 나가는 손님도 있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낮 12시 30분께 달서구 계명대 동문 앞 대학로 일대 거리를 지나는 사람은 드물었다. 코로나19 여파를 이기지 못한 식당과 노래연습장 등 일부 점포에는 폐업을 알리는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지난 11일 A군이 다녀간 코인노래연습장은 소독·방역에 분주했다. 출입문 앞 통로에는 마스크 착용, 손소독제 사용 등 수칙 안내문 아래 “방역 중입니다”라는 공지문을 붙여둔 상태였다. 이 코인노래연습장 주변의 노래연습장 5군데는 모두 문이 닫혀 있었다. 입구에 일시 휴업 안내문과 달서구청의 ‘운영제한 연장 권고 요청’ 공문을 붙여둔 곳도 있었다.

성서권 주민과 학생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을 떨칠 수 없다고 했다. 대학생 허모(여·21·달서구 용산동)씨는 “지난 21일 학교 앞에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다음날 대구시의 안내 문자를 받고 가슴이 철렁했다. 동선이 겹치지 않더라도 걱정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당동 주민 이모(30)씨도 “당분간 대학로 앞으로는 다니지 않을 생각이다. 꺼림칙해서 지하철도 못 타겠다”며 “빨리 마음 편하게 집 밖에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은빈·한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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