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작지 확대·등산로 확장 원인
서식 면적·주요 먹이원 줄면서
2015년 이후 매년 개체 수 급감
달서구, 실태조사 공모사업 지원
대구 도심의 유일한 반딧불이 집단 서식지로 알려진 대구 달서구 도원천(수밭골천) 일대의 생태계 복원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도원천 주변 개간과 각종 공사로 반딧불이의 흔적이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대구 영남고등학교 과학동아리 ‘바요필’이 지난 2014~2015년 도원천 발원지(고도 476m)부터 민가 부근(고도 340m)까지 탐사활동을 벌인 결과 늦반딧불이와 애반딧불이 2종이 서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늦반딧불이 유충은 도원천 최상류지역에, 애반딧불이는 상류지역에 출현했다.
조민호 바요필 지도교사는 2014년 7월 도원천 일대에 늦반딧불이가 집단으로 서식하는 것을 처음 확인하고 그해 동아리 학생들과 기초조사를 시작했다. 반딧불이 개체 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2015년 눈에 띄게 감소해 흔적을 찾기 힘들게 됐다.
반딧불이 2종의 주요 먹이원인 명주달팽이와 물달팽이, 다슬기 개체 수도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명주달팽이는 2014년 5~7월 최상류지역에서 7회 발견됐지만, 2015년(5~7월)에는 한 차례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슬기의 경우 상류~민가 부근 3개 지점 면적 3㎡에서 49마리 발견됐지만 25마리로 급감했다.
동아리는 경작지 확대와 등산로 확장, 하천 정비공사 등 개발 탓에 환경이 훼손된 결과로 추정했다. 계곡 일부 바닥을 시멘트로 메워 물이 마르면서 먹이가 줄고 반딧불이가 서식할 면적이 좁아졌다는 해석이다. 상가와 가로등 불빛이 늘어나 반딧불이 번식에 불리한 환경도 조성됐다.
조민호 교사는 “2014년 여름철에는 100마리 이상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듬해 급감해 최근까지 드문드문 발견되고 있다”며 “적당한 크기의 계곡과 연못이 있어 반딧불이 서식에 최적화된 곳이다. 인근 경작지에서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고 가로등 등 교란 시설물 설치·운영, 다슬기 채취 등을 자제하면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원천처럼 도심 가까이 반딧불이가 집단으로 서식 중인 사례는 드물다. 도원천은 집단시설지구와 불과 1.5km 떨어져 있다. 이곳을 제외하고 대구에서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곳은 도심과 거리가 먼 팔공산 수태골 정도다. 도원천의 반딧불이 서식 연구와 보존 방안이 필요한 이유다.
달서구청은 도원천 반딧불이 실태조사를 도원천~달성습지 도시생태축 복원사업(본지 4월 6일자 9면 보도)에 포함해 진행하기로 했다.
달서구청은 사업비 확보를 위해 환경부의 국고보조사업 공모에 지원했다. 공모 선정 시 달서구청은 올해 하반기 외부기관 용역을 통해 기초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도원천 복원사업을 벌이게 된다. 공모 결과는 6월 초순 발표될 예정이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