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 가장 편해야 할 곳에 누군가 들어왔다
'침입자' 가장 편해야 할 곳에 누군가 들어왔다
  • 배수경
  • 승인 2020.06.0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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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죽음과 잃어버린 여동생의 등장
가족 일원으로 스며들며 긴장감 유발
직접 설계한 집…심리적 표현 도구로
적절한 음향·조명 배치, 심리 균열 선봬
베스트셀러 작가 손원평의 첫 장편감독 데뷔작
침입자
 

영화 ‘침입자’는 제목부터 대놓고 관객에게 선입견을 갖고 영화를 보도록 부추긴다

영화 초반 건축가인 서진(김무열)은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누구든 편히 쉴 수 있는...’.‘ 내가 가장 나다워지는...’ 곳이라 답하다 결국 끝을 맺지 못하고 자리를 피한다. 그에게 있어 집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곳에 수상한 누군가가 침입을 했다. 그 침입자는 아이러니하게도 25년 전에 잃어버린, 그와 가족들이 애타게 찾던 동생이다.

6개월 전 갑작스런 뺑소니 사고로 눈 앞에서 아내를 잃은 서진은 딸과 함께 본가로 들어와 생활한다. 그는 사고의 진실을 찾기 위해 최면요법까지 시도하지만 그의 무의식은 진실에 닿지 않고 늘 오래전 동생을 잃어버린 놀이공원으로 향한다. 아내의 죽음과 동생의 실종은 서진에게는 똑같은 상실이고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던 중 그는 동생 ‘유진’(송지효)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간절히 기다려왔던 순간이지만 서진은 그녀의 등장이 석연치 않게 느껴진다.

경계심을 풀지 않는 그와는 달리 부모님과 서진의 딸 예나는 금방 그녀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유진 역시 그 동안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단숨에 가족의 일원이 되어 서진의 주변을 서서히 잠식해 나간다. 어머니를 위한 물리치료사가 새로 들어오고 가사도우미가 바뀌는 일련의 과정들은 영화 ‘기생충’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동생이라는 이름의 ‘침입자’가 등장한 이후 서진은 집과 가족이 낯설게 느껴진다. 이런 상황과 함께 그의 신경증은 점점 심화된다.

서진의 불안한 마음은 단순한 오해일까, 이유있는 의심일까. 아니면 심리적 텃세에서 기인한 것일까?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서진은 대놓고 의심을 하고 유진은 대놓고 의심스러운 눈빛과 행동을 보인다. ‘여고괴담 3’ 이후 17년 만에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송지효와 ‘악인전’, ‘기억의 밤’ 등 다양한 작품들로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온 김무열 두 사람이 빚어내는 긴장감은 볼 만한다. 점점 기괴한 표정으로 변해가는 가족의 모습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음향과 조명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서진의 심리적 균열을 관객이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서진이 직접 설계한 집이라는 공간 역시 그의 심리를 표현하는 도구로 잘 사용이 된다.

영화 ‘침입자’는 제 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자 베스트셀러인 ‘아몬드’의 저자로 더 잘 알려진 손원평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직접 각본부터 연출까지 도맡아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를 선보인다.

그러나 너무 욕심을 낸 탓일까? 가족과 집, 그리고 거기에 끼어든 침입자가 불러일으키던 긴장감은 어느 순간 방향을 바꾸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을 불러 일으킨다. 거기에 가족을 위한다는 이유로 앞만 보고 달려온 가장의 뼈아픈 후회까지 담으려다 보니 다소 힘이 빠지며 허탈한 결말에 이르게 된다.

3월 개봉예정이었던 영화 ‘침입자’는 코로나 19로 세 차례 연기를 하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일 개봉했다. 배급사인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에 따르면 영화 ‘침입자’는 대만, 베트남, 태국, 러시아 등 세계 26개국에 선판매되며 개봉을 확정지었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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