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향기> 동화사 허운 주지스님
<종교의 향기> 동화사 허운 주지스님
  • 김덕룡
  • 승인 2009.02.0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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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의 거울에 비춰 부끄럼 없어야..."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立春)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오후.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桐華寺)를 찾았다.

'오동나무가 겨울에 상서롭게 꽃을 피웠다.'고 해서 동화사로 이름이 지어진 이 곳은 부처님의 향기가 그윽한 느낌을 주었다. 이곳 주지 스님인 남명(南明) 허운(虛韻)스님 또한 첫 인상에서 부처님처럼 온화하며 다감한 성품을 짐작하게 했다.

신라시대 이후 1천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국 불교의성지로 자리 잡으면서 많은 신앙의 흔적을 간직한 팔공산 동화사에서 허운 주지 스님을 통해 부처님의 참뜻과 그 가르침을 되새겨 본다. <편집자註>

종범스님 '대중 하늘같이 모시고 겸손해야"
주시 선임에 "축하하지 못해" 경책성 말씀도

세계경제위기 "체중 감량에 실패한 것"
부모인연 묻자 동안(童顔)에 짧은 홍조가

-지난해 대구·경북 5개 교구 본사가 출연해 만든 BBS 대구불교방송 사장으로 취임하셨는데 근황에 대해 궁금해 하는 신도들이 많습니다.

△지난해 11월 운영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돼 동화사 주지와 대구불교방송 사장을 겸하게 됐습니다. 사장으로 취임한 뒤 평화방송과 기독교방송 등 타 종교 방송사를 둘러보니 방송환경이 갈수록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는 동해 같은 넓은 바다도 필요하고 낙동강 같은 넒은 강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큰 것이 있으면 작은 것이 있어야 하 듯 대구불교방송은 규모는 작지만 개울에 흐르는 시냇물과 같은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앙 전파를 통해 대중의 갈등과 생명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면 그것은 사회적, 경제적 측면에서 환산 할 경우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6년 사이 대구·경북지역 불자가 6%가량 늘었다고 합니다. 불교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입니까.

△근·현대에 와서 팔공산 동화사의 경우 역사적 의미가 큽니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팔공산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이 그렇게 뜨겁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례로 광주 무등산의 경우 규모나 역사적 의미, 문화재 분포 등이 팔공산과 비교도 되지 않지만 전국의명산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지역 신도들은 믿음에서 깊은 멋과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팔공산 통일대불의 경우 조성했다기 보다는 출연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를 비롯해 대구·경북 시도민의 힘을 모은 큰 보시라고 생각합니다.

불교는 갈수록 그 모습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와서 환경이나 먹거리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그 역할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요즘 무슨 일만 생기면 삼보일배(三步一拜)가 행해지는 것을 보면 그 만큼 불교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작은틀에서 불교는 산중보다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몽골 같은 경우 폐허가 된 사찰을 복원할 때 사찰 내에 학교와 요양시설 등 복지·교육시설을 함께 건립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겠지요.
종교가 '인류 구원의 대상'이란 기능을 상실했을때는 굉장히 위험해집니다.

도(道)가 높을수록 자비심이 나오며, 자비는 나누고 베푸는 것입니다. 나누고 베푸는데도 분명히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6바라밀에서의 보시(布施)·지계(持戒)·인욕(忍辱)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보시는 두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첫째, 윤리적이어야 하며 둘째, 참고 기다려야 됩니다.

우리 사회가 정말 무엇이 없어서 부족한 것이 아니라 나누지 못해 부족한 것입니다. 어느 사회든 절대 빈곤과 절대 풍요로 나눠지고 있지만 이 사이 간격을 메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나누고 베푸는 보시로 채워야 할 것입니다.

-최근 팔공산 갓바위 케이블카 설치 문제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주지스님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팔공산과 동화사는 1천여년이란 시간과 공간이 누적돼 명상이나 휴식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통일 신라시대와 같이 나라가 어려울때도 팔공산을 찾아 위안을 받았지요. 갓바위 케이블카 개발은 절대 안됩니다.

결국 인간의 편리함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라는 문제인데요. 편리함으로 인해 소중함이 모두 없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불교계에서 갓바위는 관광지 개념이 아니라 성지의 개념으로 생각합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정성을 기울이고 그것을 체험하는 가운데 '거리와 시간이 주는 구원의식'이란 것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걸으가면서 자기를 만나고, 참회하고, 정화하는 것이지요. 기도하는 사람은 케이블카를 타지 않습니다.

지금도 산 정상까지 걸어오는 사람들은 공간이 협소해 어려운데 하늘로 사람이 올라올 경우 위험은 배가 될 것이며 그 일대는 아마 난장판처럼 될 것입니다. 과거 개발식 사고는 이제 벗어 던지고 좀더 성숙되고 발전된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됩니다.

-최근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대한 스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인과의 고통이라 생각됩니다.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체중감량에 실패했다는 것이지요. 체중이 비만한 사람은 온갖 질병을 갖는 것 아닙니까. 세계가 변해야 하는데 변하지 않으니까 지구 스스로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잘 산다는 것이 잘먹고 편하게 사는 것은 아닙니다. 삶의 가치는 또 다른 형식의 지향할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IMF 당시 바닷가 근처에 있었는데 어촌에 사는 노인들은 바다가 잔잔하면 안된다고 얘기 합디다.

바다가 잔잔하면 어족이 다양하지 못하며 고기량이 적다는 것입니다. 태풍이 몰려와서 바다를 한번 뒤집어야 나야 어족이 풍족해지고 다양해진다고 하더군요. 즉 위기 일 때가 바로 기회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는 체중감량과 자기 단련을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이 쉽게 범죄의 유혹에 노출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정부를 비롯해 종교단체나 기업 등이 나서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는 욕심을 버리고 자기의 위치를 냉정히 판단하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주지 스님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요.

△신체적 장애는 과거의 업(業)에서 옵니다. 업은당사자가 짊어지고 가 야되며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이를가볍게 할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 맹춘유한(孟春猶寒: 초봄이 아직도 차갑다)이란 말이 있지요. 예를 들어 날씨가 찬데 이를 대비하지 않아 감기에 걸렸을 때 그 감기는 잘못된 마음에서 온 것입니다.

즉 업으로부터 오는 것이죠. 신체의 장애 자체를 바꿀 순 없지만 어떤 형태든 자신이 이겨내야하며 우리 사회가 함께 고통을 나눠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업은 하나의 씨앗입니다. 씨앗이 다른 결과를 초래할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불교에선 무기업(無起業)이라고 하지요.

즉, 선·악의 윤리개념이 포함돼야 하고 의지가 작용 돼야 업으로 남는 것입니다. 불교에선 지혜로운 생각, 어른스런 생각, 성숙된 생각으로써 자기를 구원하고 자비로써 이웃과 사회를 구원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스님이 출가하실 당시 스승들로부터 감명 깊게 들으신 말씀이 있으신지…

△절에서는 머리를 짜르고 이름을 지어주는 은사스님(은갈래)과 법사스님(법갈래)으로 나눠지는데 은사는 파계사 회주 성우스님이시며, 중앙승가대 총장을 하신 종범스님이 법사스님이십니다.

성우스님은 항상 "수행자는 양심의 거울에 비춰보고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종범스님은 저가 동화사 주지소임을 보게됐었을 때 전화를 드리니 스님께서는 '축하드린다는 말을 하지 못하겠다'고 하셨지요. 저에겐 큰 경책이 됐습니다.

종범스님은 '늘 대중을 하늘 같이 모시고 살며 겸손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끝으로 신도들에게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불교에서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는 '불사선(不思善) 불사악(不思惡)'이란 말이 있습니다. 선과악을 상대적, 대립적 개념으로 생각해 악의 악순환을 야기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초월해 절대선(絶對善)을 지향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부처님이 만든 중도(中道)의 길을 가라는 것입니다. 중도는 양자(시비, 극단, 쾌락, 대립)를 체험하고 난 뒤 만 든 길입니다. 주지 스님 거처를 떠나기 전 스님께 세속의 인연에관해 묻자 스님의 동안(童顔)에 짧은 홍조(紅潮)가 떴다.

"동화사 주지 취임식 때 부모님들이 먼 발치에서 저를 지켜보고 돌아갔는데 저는 부모님들이 오신줄 조차 전혀 몰랐습니다. 부모님들이 돌아가신 후에야 귀뜸으로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됐습니다···"

"모든 사람들 처럼 부모, 형제, 가족의 인연(因緣)은 성직자에게도 중요한 것이지요…"

팔공산 기슭을 벗어나면서 내내 스님의 솔직한 인연의 말씀이 마음을 맑게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허운스님

1972년 파계사에서 일우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한 뒤 범어사 승가대학 대교과를 마치고 1977년 탄허스님 밑에서 화엄학림을 수료했다. 그뒤 범어사·통도사에서 승가대학 강사를 역임하며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다.

2002년 대구 은적사 주지를 맡아 대구지역에 새로운 불교바람을 일으켰다. 2005년 조계종 총무원 재무부장을 역임했다.

1920년대 동화사 전경.

또 동화사는 근래에 들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로 유명한 성철 스님이 한때 머물기도 했던 곳이기도 하고 지난 1992년 당시 대통령 선거 후보였던 김영삼·김대중·김종필 등 3김씨가 대권을 잡기 위해 찾기도 했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국가여유국 주최로 랴오닝성 다롄시에서 열린 제5회 동아시아 국제관광박람회에서 동화사가 아시아 10대 지명경구(知名景區)로 선정됐으며 향후 내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국제관광선원이 조성될 전망이다.

이처럼 천년고찰 동화사는 숱한 역사·문화적 사연을 간직한 채 대구·경북을 지키고 있다.
현재의 동화사 전경.

이종길 동화사 종무실장은 “동화사는 신라시대 이후 1천년 넘는 세월 동안 한국 불교의 성지로 자리 잡으면서 1920년대 동화사 전경. 많은 불교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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