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구덩이를 판다
내 마음 속 깊이 자리한
우물을 찾아
구덩이를 판다
굳어서 파이지 않는 땅 같은
척박함
손톱에 손금에
피와 흙을 묻혀가며
구덩이를 판다
언제쯤이면
깊은 우물과 마주칠까
얼마나 더 파야
샘물을 퍼 올릴 수 있을까
▷강원도 속초 출생. 계간『문학예술』을 통해 하서(河書) 김시철(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 원로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 현재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계수리 하늘이 푸르고 물이 맑은 산간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전업시인이다.
김지연 시인의 `우물파기’는 평이한 언어와 짜임새로 읽는 이들에게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법한 시이다. 여기에서 보는 화자의 `우물’은 땅속의 물을 찾는 수맥 찾기와는 전혀 다르다. 이는 종교적 참회와 자성의 아픈 진리 또는 신앙에의 갈구로서 `우물 파기’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내 마음 속 깊이 자리한 / 우물’ `굳어서 파이지 않는 땅 같은 / 척박함 / 손톱에 손금에 / 피와 흙을 묻혀’ 파는 우물은 신앙을 통한 삶의 진리를 찾는 집요하고 부단한 시인의 확연하면서도 깊게 각인되어 있는 구도자적 시편이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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