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 좀비로 물든 도시…청년의 재난 생존기
'#살아있다' 좀비로 물든 도시…청년의 재난 생존기
  • 배수경
  • 승인 2020.06.2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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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 괴질로 변한 사람들
아파트에 홀로 갇혀버린 준우
살아남기 위한 20일간의 사투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영향
고립에 대한 공감 불러 일으켜
살아있다
 

영화 ‘#살아있다’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어느 아침, 청년 준우(유아인)의 일상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평온함은 잠시 집 밖은 믿기지 않는 상황으로 난장판이 되어 있다.

영화 속에서 정체불명의 괴질로 변해버린 사람들을 좀비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그들의 모습은 그동안 우리가 영화 ‘부산행’이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등을 통해 익히 보아오던 모습과 꽤 흡사하다. 그만큼 식상할 수도 있다. 기존의 좀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살아있다’ 속 좀비는 평소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능력을 그대로 발휘한다는 것 정도.

사람이었으나 이제는 사람이라 부를 수 없는 생물체들의 습격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우의 사투는 꽤 오랫동안 계속 된다. 집안에서 버티기...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자발적인 고립을 택해야 했던 요즘 시대에 더욱 공감이 가는 내용일 수 있다.

영화 속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20일, 98분의 상영시간 중 절반 가량이 생존을 위한 준우의 고군분투로 채워진다. 흡사 TV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방불케 하지만 현실은 예능이 아니다.

고립상태에서 오랫동안 견디기 위해서 물이나 음식은 필수다.

그 밖에도 영화는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고민도 던져준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연결은 물론 사람과 사물 사이까지 연결시키는 초연결 사회에서 인터넷이나 전화, 전기가 끊어져버렸을 때의 당혹감은 생각보다 클 수 밖에 없다. “나는 어디에 데려다놔도 인터넷만 되면 잘 살 수 있어”라고 이야기하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중반까지를 유아인 혼자 끌고 나가던 영화는 건너편 동에 사는 유빈(박신혜)의 등장으로 분위기의 반전을 꾀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생존을 위해 자신의 집 밖으로 나오면서부터 영화는 개연성을 잃는다. 평범한 두 젊은이가 상처 하나 없이 수십명에 이르는 좀비들을 물리치는 장면에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질 수 밖에 없다. 요즘 영화답지 않게 짧은 상영시간은 몰입도를 높여준다는 장점도 있지만 사람들을 순식간에 좀비처럼 만들어 버리는 괴질의 원인도, 정확한 상황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다소 뻔한 결말을 맺는 점은 아쉽다.

영화 ‘#살아있다’는 웹툰이나 외국영화의 리메이크작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맷 네일러의 시나리오 ‘Alone’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들이 구조요청을 위해 옥상으로 가는 과정에서 아파트 소화전이 고장나서 작동이 되지 않는다는 설정은 잠깐 스쳐지나가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 ‘엑시트’에서 옥상으로 통하는 문을 잠궈놓았던 장면에서 느꼈던 안전불감증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꼭 살아남아야 한다’는 준우 아버지의 당부는 결국 ‘살아있다’로 완성된다. 영화의 주인공은 두 청년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젊은이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꼭 살아남으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배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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