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선수와 감독, 무너진 ‘그들만의 왕국’
스타선수와 감독, 무너진 ‘그들만의 왕국’
  • 승인 2020.07.0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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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숙현 선수 가해자 ‘영구 제명’ 철퇴
경북체육회부터 오랜 인연
서로에겐 둘도 없는 스승·제자
다른 사람에겐 악마 ‘두얼굴’
위에서 군림하며 폭행·폭언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을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으로 만든 김규봉 감독과 간판급 선수 장모 씨가 동시에 ‘영구 제명’ 징계를 받았다.

둘은 서로에게는 가장 고마운 감독이자 선수였다. 하지만 둘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한 감독’과 ‘선수들을 이간질하고 따돌리는 선배’라는 두 얼굴을 한 존재였다.

출발을 함께했던 김규봉 감독과 해당 선수는 영구 제명의 철퇴도 동시에 맞았다.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6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7시간여의 긴 회의 끝에 “고(故)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내몰고, 여러 피해자를 만든 김규봉 감독과 장 모 선수를 영구 제명한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위원회가 확보한 녹취 파일, 영상 등 자료들과 징계혐의자의 진술이 상반됐다. 하지만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최숙현 선수뿐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의 여러 진술을 분석했고 징계혐의자의 혐의가 매우 중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팀을 총괄해야 하는 자리에 있음에도 직무에 태만했고 폭력 행위를 했거나 이를 방관했다. 체육인 품의를 훼손한 혐의가 짙다. 장 선수는 징계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관련 진술을 살펴보면 지속해서 폭행과 폭언한 사실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구체적으로 징계 사유를 설명했다.

이번에 영구 징계 처분을 받은 장 선수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트라이애슬론 여자 개인전에서 3위에 올랐다. 한국 트라이애슬론이 아시안게임에서 얻은 첫 메달이었다.

당시 장 선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운동에 입문해 걸음마부터 지금까지 가르쳐 주신 김규봉 경북체육회 감독님께 감사하다. 우리 부모님보다 더 먼저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경북체고 3학년 때까지 수영 선수였던 장 선수를 트라이애슬론으로 이끈 이가 김규봉 감독이었다. 장 선수는 2007년 영남대 1학년부터 트라이애슬론에 전념했고, 2010년에는 경북체육회 트라이애슬론팀에 입단했다. 당시 경북체육회 사령탑이 김규봉 감독이었다.

경북체육회 트라이애슬론팀은 2013년 경주시청으로 팀명을 바꿔 재창단했다. 김규봉 감독과 장 선수는 ‘경주시청 창단 멤버’로 또 이름을 같이 올렸다.

장 선수가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은퇴를 고려했을 때 이를 말린 이도 김규봉 감독이었다.

장 선수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둔 그해 8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상 때문에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탈락한 뒤 훈련에 집중하지 못했다”며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님이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한 번 따야 하지 않겠나’라고 조언하셨고 나도 의욕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땄다. 개인전에서도 5위에 올랐다.

이후에도 장 선수는 2018, 2019시즌 국내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30대의 나이에도 ‘한국 여자 트라이애슬론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김규봉 감독은 적극적으로 장 선수를 도왔다.

하지만, 감독과 스타 선수가 동시에 ‘위’에서 군림하는 구조는 폐해를 낳았다. 고 최숙현 선수를 비롯한 많은 피해자가 감독과 장 선수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폭행과 폭언은 물론이고 감독이 선수들에게 ‘장 선수 개인 명의 계좌로 입금하라’고 지시한 비정상적인 금전 거래 정황도 드러났다.

용기를 낸 추가 피해자들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비정상적으로 운영된 왕국은 무너졌다. 김규봉 감독과 장 선수는 재심을 청구하지 않으면 다시는 한국 트라이애슬론 지도자 혹은 선수로 뛸 수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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