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권력형 성추행…사망과 별개로 진상 규명을”
“전형적인 권력형 성추행…사망과 별개로 진상 규명을”
  • 승인 2020.07.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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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고소인측 회견
“고소 직후 朴 시장에 전달돼
누가 국가 믿고 고소하겠나
평등한 법 보호 받고 싶었다
50만명 동의 묵살에 숨 막혀
2차가해·유언비어 추가 고발”
연대단체들 다음주 기자회견
영결식마친고박원순시장영정
서울시청 떠나는 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이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는 13일 기자회견에서 4년이 넘도록 피해를 당해왔다며 그간의 고통을 호소했다.

A씨 측은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전형적인 권력·위력에 의한 성추행’으로 규정하면서 박 시장의 사망으로 수사가 종결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벌어진 유언비어 유포와 피해 호소인 A씨에 대한 2차가해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 고소인 “저는 살아있는 사람…바뀌지 않는 현실에 숨막힌다”

A씨는 이달 8일 박 시장을 성폭력특례법 위반(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당일 시작한 고소인 조사는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박 시장은 A씨 조사가 끝난 그날 오후 실종됐고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4년여에 걸친 성추행을 ‘긴 침묵의 시간’이라 표현한 A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을 원망했지만, 그의 극단적 선택으로 자책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용기를 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다”며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라고 했다.

A씨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며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피해 호소인에 대한 2차가해 우려 등으로 ‘서울특별시장(葬)’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전날까지 5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음에도 5일장이 그대로 진행된 것에는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게 한다”고도 했다.

◇ “전형적인 권력·위력에 의한 성추행…사망과 별개로 진상 규명해야”

A씨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권력과 위력에 의한 성추행”으로 규정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비서가 시장에 대해 절대적으로 거부나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업무시간 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도 사생활을 언급하고 신체 접촉을 하며 사진을 전송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이 사건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고 주장하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피고소인이 부재하는 상황이라고 해서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한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서울시와 정부·국회·정당을 향해서도 진상 규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연대 단체들은 다음주 중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 “피해 호소인 고통 극심한 상태…2차가해·유언비어 추가 고소”

피해 호소인 A씨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다른 기관에서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중 서울시장 비서실로 옮기라는 통보를 받고 4년 넘게 근무했다.

성추행은 시장 집무실, 집무실 내 침실 등의 물리적 공간은 물론 휴대전화 메신저 등에서도 이뤄졌고, A씨가 다른 부서로 발령을 받아 박 시장의 지근거리에서 일하지 않게 된 올해까지도 이어졌다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다.

A씨는 이런 성적 괴롭힘을 동료나 기자들에게 보여주기도 했으나 상황이 해결되지 않자 올해 5월 법률적 조언을 구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피해자는 굉장히 오랫동안 스스로 경험한 것을 은폐하고 참고 지냈으며, 업무로써 평가받고(싶어 했고), 사명감을 갖고 일했다”며 “비밀을 유지하면서 지내는 것이 굉장히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돼 고소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지난 며칠간의 시간은 피해자의 신상을 색출하고 ‘(비서진 목록 등을 토대로 고소인이 누구인지) 좁혀 가겠다’,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2차가해를 중단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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