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악·폐습…병든 지역 체육계, 처방약 없나
되풀이되는 악·폐습…병든 지역 체육계, 처방약 없나
  • 이상환
  • 승인 2020.07.2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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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킴, 갑질 폭로 2년 지났지만
“변한게 없어…하루하루 불안”
故 최숙현 선수 자살 사건 이어
대구시청 핸드볼 성추행 의혹도
“형식적 인권 예방교육 아닌
지자체 철저한 관리·감독을”
지역 체육계가 지도자 갑질 및 선수 폭행 파문과 성추행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후 경북체육회 소속 여자 국가대표 컬링팀 ‘팀킴’이 지도자들에게 부당대우를 받은 사실을 폭로하면서 한차례 홍역을 치른 지역 체육계는 최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지도자 폭행에 따른 선수 자살사건과 대구시청 여자핸드볼팀 감독의 선수 성추행 의혹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팀킴 선수들은 지도자 갑질 파문 폭로 이후 2년여 만인 지난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호소문 사태 이후 근본적으로 변한 게 없어 하루하루 걱정과 불안으로 보내고 있다”고 재차 피해를 호소했다. 팀킴 선수들의 피해 호소에 따라 경북도는 경북체육회 특별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컬링팀 해외훈련과 대회 참가에 대한 승인 지연 및 불허 △2018년 문체부가 내린 감사처분에 대한 미조치 △컬링팀 지도자 임용 지연 문제 등을 집중 감사해 진상을 파악키로 했다.

지난 6월에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감독과 선수간의 가혹행위로 인해 최숙현 선수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 드러나면서 전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고 최숙현 선수는 경주시청 소속으로 뛸 당시 김규봉 감독과 A모 선수, B 모 선수, 팀 닥터 안주현 씨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숙현 선수와 가족은 지난 2월부터 경주시청, 경찰, 검찰,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등 관계 기관에 피해를 호소하다 지난달 26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청 핸드볼팀에서 감독이 소속 선수들을 술자리에 강제로 동원하고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이 나왔다. 지난 28일 대구시와 대구시체육회 등에 따르면 대구시청 여자 핸드볼팀 선수들이 술자리에 불려가 접대와 신체 접촉 등을 강요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A 감독은 “술시중과 성추행은 없었다. 잘못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구시와 대구시체육회는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을 계기로 직장운동경기부의 인권침해·폭력·성추행 등을 조사했지만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대구시는 A 감독을 우선 직위해제하고, 코치 등 다른 지도자들이 선수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또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외부인사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사실 관계를 조사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여자핸드볼팀 선수 15명과 물리치료사 1명 등 16명을 대상으로 시와 체육회 인사를 배제한 성폭력 전문단체 관계자의 객관적이고 투명한 조사를 통해 성추행 진의 여부를 밝힐 방침이다. 시는 결과에 따라 경찰 고발 등의 후속조치를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청 여자핸드볼팀 선수 15명은 29일 오전 9시께 대구시체육회에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대구시는 진정서 접수를 유보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상태에서 이러한 내용의 진정을 접수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서류를 받지 않았다”면서 “진정서 접수를 계기로 선수들이 진술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여건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구시는 소속 직장 운동 경기부 19개팀을 대상으로 성폭력 등을 포함한 인권교육을 1년에 2차례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여자핸드볼팀과 직장 운동부에서 성폭력 등을 당했다는 이유로 고충상담소에 문제를 제기한 적은 없었다는 게 대구시의 입장이다. 관리단체인 대구시체육회도 설문조사 등의 방식을 통해 여러차례 확인했지만 이러한 내용은 파악하지 못했다.

올해 초에는 지역 모 고교야구부에서 선배에게 폭행당한 피해 학생이 운동을 그만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발생한 이 사건은 당시 2학년에 재학중인 선배 3명이 1학년 후배와 B군을 포함한 예비 신입생들에게 체벌과 폭행을 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는 사건 발생 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여는 대신 ‘학교장 자체해결’로 사건을 종결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진상 조사를 했지만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처럼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지도자 갑질과 폭행, 그리고 성추행 등 체육계에 만연된 폐해를 차단하기 위해선 형식에 그치고 있는 (성)폭력 등 인권 예방교육이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관련 지자체와 체육단체의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상환·석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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