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임고면 황강리 마을] 전통마을·전원주택·휴양림 ‘3色 매력’ 방문객 마음 녹인다
[영천 임고면 황강리 마을] 전통마을·전원주택·휴양림 ‘3色 매력’ 방문객 마음 녹인다
  • 김광재
  • 승인 2020.07.3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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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경주김씨 후손 집성촌
경북 문화재자료 종가집 보존
방화로 소실되고 19C 재건축
김연, 영천성 수복 전투 활약
김취려, 임고서원 중건 노력
남강정사 건립·후진 양성도
 
황강지 옆에는 경주김씨 지사공 종택이 있는 옛 마을이 있고 황강전원마을이 산 아래까지 들어서 있다. 전원마을 오른쪽 계곡의 저수지 지나 운주산승마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가 있다. 영천시 임고면 황강리는 전통마을과 전원마을, 자연휴양림이 공존하고 있는 특별한 마을이다. 전영호기자
황강지 옆에는 경주김씨 지사공 종택이 있는 옛 마을이 있고 황강전원마을이 산 아래까지 들어서 있다. 전원마을 오른쪽 계곡의 저수지 지나 운주산승마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가 있다. 영천시 임고면 황강리는 전통마을과 전원마을, 자연휴양림이 공존하고 있는 특별한 마을이다. 전영호기자

 

[2020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영천 임고면 황강리 마을

마을 어귀에는 삼각형으로 생긴 황강못이 있다. 가장자리에는 석축을 두른 작은 섬 위에 남강정사(南岡精舍)가 있다. 건물은 짙은 나무그늘 속에 숨어 있고 뒷담 한 구석은 허물어져 있다. 연못에는 수생식물인 마름이 빽빽하게 자라나 수면을 뒤덮었다. 이파리들이 부대끼며 물 위로 솟아올라 아우성치는 듯한데, 여름 한낮의 농촌마을은 고요하기만 하다.

영천시 임고면 황강리는 돌화살촉이 많이 출토됐고, 인근에 지석묘도 있어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황강(黃岡)이라는 이름은 큰 홍수가 나서 ‘누런 언덕’처럼 되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조선 후기부터 이 마을은 경주김씨 후손들의 집성촌이었다. 마을 가운데에는 경북도 문화재자료 373호 경주김씨 지사공종택이 있다. 조선 중종 때 중추부지사를 지낸 김흡의 종택인데, 화적떼의 방화로 소실된 것을 19세기 초에 후손들이 다시 지었다고 한다.

종택의 대문 위에는 ‘노항김선생구택’이라고 새긴 목판이 가로로 걸려있다. 노항 김연(金演)은 김흡의 손자로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진에 참여해 영천성 수복 전투에서 활약했으며, 이어 벌어진 경주성 싸움에서 함께 떨치고 일어난 동지들과 함께 장렬히 전사했다. 고천서원에 모셔진 10의사 중 한 분인 노항 선생은 후에 한성부 판윤으로 추증됐다. 그의 아들 남강 김취려는 임고서원 중건에 힘썼으며, 남강정사를 건립해 후진 양성에 힘썼다. 이후 지사공 종택과 남강정사는 양평1리에서 지금의 황강리로 옮겨온 것으로 전해진다. 20세기 초에는 종택 사랑채인 보본당과 남강정사가 중건됐으며 사림의 공론에 따라 노항 선생이 불천위로 지정됐다. 종택 뒤편에 그의 부조묘와 신도비가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이 가문 출신으로 어린 시절을 황강리 마을에서 보냈다.
 

황강전원마을
황강리 마을 뒤편에 조성된 황강전원마을.

황강리는 한때 경주김씨 후손 약 100가구가 모여 살았으나 지금은 여러 성씨의 주민들이 함께 모여 사는 마을이다. 10년 전 영천시가 황강리 마을 뒤편에 택지를 조성해 분양한 황강전원마을에도 30여 가구가 들어와 살고 있다. 대부분 전원생활을 꿈꾸며 귀촌한 도시민들이다보니,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기존 황강리 마을 주민들과는 별 교류가 없다. 황강전원마을 진입로는 기존 마을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최근에는 황강전원마을의 마을회관도 기존 황강리 회관과 별도로 건립됐다. 복숭아와 벼농사를 주로 하는 황강리 마을과 전원생활을 하는 황강전원마을이 황강리에 공존하고 있다.

기존마을 고샅길을 걷다보면 요즘 여느 농촌이나 마찬가지로 빈집이 자주 눈에 띈다. 사람들이 떠난 마당에서는 고추, 옥수수, 호박들이 자라고 있다. 그 짙푸른 생명력이 스러져가는 집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옛 마을을 끝에 이르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전기통신시설을 지중화해 전봇대가 없는 깔끔한 아스팔트 도로가 나오고, 잔디, 화초, 정원수들과 어우러진 멋진 전원주택들이 저마다 개성을 뽐내며 줄지어 서있다.
 

운주산승마자연휴양림
운주산승마자연휴양림.

전통과 현대의 공존
여느 농촌과 다름없는 옛마을
개성 뽐낸 전원마을과 대조적
헐벗은 국유림 주민들이 녹화
운주산 승마자연휴양림 조성
울창한 숲 걷다보면 힐링 절로

전원마을 뿐만 아니라 운주산 승마자연휴양림도 황강리에 속한다. 경주김씨 문중에서 산림청과 계약을 맺고 국유림인 마을 뒷산을 40년간 조림했다. 그곳에 자연휴양림이 들어서면서 산소 200여기를 옮겨야 했다. 황강리는 도시민들의 전원생활을 위해 자신의 땅을 내놓았고, 도시민들의 레저와 휴양을 위해 숲도 내놓은 셈이다.

황강전원마을 뒤편에는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숲길이 조성돼 있다. 산길 초입에 ‘임고면 황강리 등산로’ 안내지도가 있다. 등산로라고는 하지만 그리 높지도 않고 경사도 완만해 산책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실제 자연휴양림에 속한 구간은 솔바람길이란 이름으로 잘 정비돼 있고 벤치와 운동시설도 마련돼 있다.
 

솔바람길운동시설
솔바람길 운동시설.

 
리기다소나무숲길
리기다소나무숲길.

전원마을에서 산길로 접어들면 먼저 하늘을 향해 곧게 자란 리기다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헐벗은 산을 가꾸기 위해 많이 심었다. 지금은 쓸모없는 나무 취급을 받고 있지만, 산림녹화가 지상과제였던 지난 시절에는 너무나 소중한 나무였다. 목재로도 가치가 없어 경제성 있는 다른 수종으로 대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리기다소나무 숲은 60, 7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불러오는 곳이기도 하다. 황강리의 리기다소나무 숲은 사람들에게 숲이 주는 위로를 실감할 수 있는 힐링의 숲길을 제공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또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천덕꾸러기 나무가 다시 소중한 나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황강리 복숭아
황강리 복숭아.

장맛비가 잠시 쉬어가는 날이어서 숲길은 촉촉하고 포근한 느낌이다. 오랜만에 해가 쨍쨍했지만 숲 그늘은 시원하다. 길섶에는 온갖 버섯들이 무리를 지어 옹기종기 돋아나 있다. 농사짓는 사람들과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함께 품고 있는 황강리의 모습과도 닮은 듯하다.

황강전원마을에서 느린 걸음으로 40여분 올라가면 산불감시무인시스템이 나오는데 그곳이 정상이다. 여기서 전망데크 방향으로 내려가면 자연휴양림 숲체험길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가면 전망대와 임고강변공원 맞은편의 인공폭포 정상에 가볼 수 있으며, 평천마을, 양평마을로 내려오는 길도 있다. 황강리에서는 사람들의 발자국에 단단해지고 매끈해진 숲길이나 데크 계단길이 아닌 붉은 솔잎이 깔린 푹신한 길을 걷을 수 있다.

서영진기자·김광재객원기자

 

[우리 마을은]

"평범해서 소중하고 특별한 마을"  황강리 김한준 이장ㆍ김회번 노인회 총무

김한준이장-김회번노인회총무
김한준 이장ㆍ김회번 노인회 총무

“우리 동네는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고 특별히 나쁜 것도 없고 그저 평범한 마을입니다. 너무 평범하지요?”

황강리 김한준 이장은 마을 단위의 사업이나 특히 알릴만한 것도 없다며 웃었다. 그는 영천 특산물인 복숭아 농사 그리고 우렁이 농법으로 짓고 있는 벼농사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노인회 총무를 맡고 있는 김회번 어르신은 “예전에는 가뭄 피해를 자주 입었는데, 1962년에 준공된 사동저수지(임고저수지) 덕분에 지금까지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짓고 있다”며 “저수지 건설에 힘을 쏟은 당시 권중돈(1912~1985) 국회의원이 마을의 은인”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으로부터 마을의 내력을 들으면서, 요즘은 당당하게 평범하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특별하고 소중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원주택들이 마을 위에 들어서고, 종중산으로 정성들여 가꾸었던 숲을 내주는 일도 그저 평범한 일로 받아들인 듯 했다.

마을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산림청과의 계약 내용은 마을이 9, 정부가 1을 갖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개발할 때는 그 비율이 거꾸로 돼서 마을이 받은 보상은 미미했다고 한다. 하지만 별다른 잡음 없이 개발 사업이 이뤄져 전통마을과 전원마을, 휴양림이 공존하는, 평범하면서 특별한 마을이 됐다. 겉으로 드러난 평범함 속에 노항 선생의 고결한 정신이 복류천처럼 흐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는지.

“코로나19 때문에 마을회관을 너무 오랫동안 닫고 있어서 노인들이 많이 불편해 하고 있는데, 빨리 회관을 정상적으로 개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특히 바라는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어르신은 평범한 대답을 들려주었다.


[가볼만한 곳]
 
임고서원
임고서원.

◇임고서원

고려 말의 충신 포은 정몽주 선생을 배향하는 임고서원은 조선 명종 때 창건됐으며,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 선조 때 현재의 위치로 옮겨 새로 건립됐다, 서원철폐령 이후 존영각을 건립해 선생의 영정을 봉안했으며 1965년 복원했다. 수차례 확장과 성역화 사업으로 거쳐 사적, 기념물이 정비되고 관련 시설이 들어섰다. 현재 구서원, 신서원, 포은유물관, 충효문화수련원, 조옹대, 유허비, 선죽교, 송탑비, 용연 등이 갖춰져 있다. 충효문화수련원에서는 다양한 교육·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유허비-생가-부래산-임고서원-전망대-도일지-부모묘소를 둘러보며 정몽주 선생의 삶과 정신을 짚어보는 ‘일곱가지 문화여행’도 할 수 있다.

◇임고강변공원

임고면 덕연리 영천댐 하류 자호천 강변에 조성된 공원으로 무료캠핑장으로 인기가 높다. 영천시가 운영하는 친환경 야외 약 5만㎡의 하천 부지에 광장·수영장·분수·정자·농구장·족구장·산책로·주차장·자전거대여소 등을 갖추고 있다. 강 건너 절벽에는 인공폭포도 있어 관광객들에게 청량감을 준다. 공원 인근 강변에는 카약, 제트스키 등 수상레저스포즈와 사륜바이크를 즐길 수 있는 민간업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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