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빠를 보내며
사랑하는 아빠를 보내며
  • 승인 2020.08.0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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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하

할머니의 극진한 사랑에
아빠는 자신만 생각하는 듯
늘 그런 삶을 사셨다

맏딸인 나를 낳고 3일만에
엄마는 수렁논에서 벼베기를 했다고 한다
막내며느리인 엄마는 고된 시집살이에
내가 어릴적 젖을 물릴 시간도 없었다고
배가 고픈 나는 항상 울었고
아빠는 울고 있는 나를
등에 업고 다녔다고 엄마가 말했다

아빠가
식도염으로 몇달간 고생하실 때
간호하던 엄마는 아빠보다 더 힘들어했다

엄마 생신 전날 친정에 갔는데
경하 왔냐며 반갑게 웃으시던 아빠
그런 아빠가 갑작스럽게
죽음의 길을 선택했다
엄마는 자식들이 잘챙겨주니까
걱정없다고 말했다는데
그렇게 죽음을 예고 하신걸까?
전대병원 응급실에 있다는 말에
고속버스 타고 광주로 오는 도중
사망 소식을 들었다

지금도 믿겨지지 않는다
엄마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하고
아빠는 왜?
그렇게 빨리 하나님 나라에 가신걸까?

사랑하는 아빠 잘가세요
하나님 품에서 더이상 아프지 마세요
엄마랑 우리들 잘사는 모습
지켜보세요

하나님
사랑하는 아빠를 데려갔으니
홀로 남은 엄마를 지켜주세요
사랑하는 아빠를 보내며
남아있는 엄마 마음이 어떨지
하나님은 더 잘 아시잖아요

◇고경하= 1965. 11. 4. 광주 임곡 출생.2017년 상주동학문학제 상주동학농민혁명기념문집 [우리는 하나] 서사시 「해풍에 피어나는 동백꽃이여」 특별상 수여 특선등단. ‘시월문학제’ 문집. 웹진 ‘문학마실’ 평화통일공동시집 [도보다리에서 울다 웃다]. 21문학시대문인협회. 작가정신 창작시(詩) 발표, [민족작가] 1집, 2집 창작시(詩) 발표, 현재 한국작가회의대구경북지회 회원, 민족작가연합대구경북지부 운영위원

<해설> 비바람이 무척 센날, 생나뭇잎이 길바닥에 널려 있는 걸 보니 인연에 대해서 문득 의구심이 든다. 어떠한 경우라도 삶과 죽음의 경계선은 하늘의 뜻이라고 한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숨이 끊어지는 것보다 산 사람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누구나 삶에 공과는 있게 마련이다. 산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공은 기억하고 과는 잊어주는 것이 인간의 참된 도리다. 살다보면 아주 먼 훗날엔 아프고 쓰라린 기억도 아름답고 그리워진다. 이 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모든 일들이 고맙고 감사한 것뿐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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